지난 4월 폴 오스터의 소설 <뉴욕 3부작>이 다시 출간 되었다. 1947년생인 폴 오스터는 유대계 미국인이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통하여 많은 소설을 발표해오고 있는 생존 작가이다. <뉴욕 3부작>은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 세편의 중편소설이 하나의 커다란 소설을 이루고 있는 형태이며 탐정들이 등장하고 탐정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탐정 소설적인 요소는 약하다.'고독'다양한 미디어의 등장으로 현대인들은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 반면 그 영향으로 혼자 고립될 가능성이 더욱 많아졌다. 꾸역 꾸역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에서 상대적인 고독의 강도를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다.<뉴욕 3부작>에서 현대인의 고독은 누군가를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표현되며, 관찰하는 관찰자와 관찰당하는 대상자가 동일한 고독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인의 행동을 통하여 표면으로 들어나게 되며 무의식적으로 표출되어 삶을 이루는 하나의 구성 요소가 되고 있다. 소설속의 탐정들이 타인을 관찰하며 고독한 행위를 계속 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 삶의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관찰의 행동을 통하여 관찰자와 피관찰자는 단절된 고립감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되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현대인들은 누군가를 관찰하는 것이나 누군가로부터 관찰당하는 것을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정인을 스토킹하고 대중으로부터 주목받기를 원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주된 관심사이자 행동 양식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순환'옮긴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은 언뜻 보기에는 서로 관련이 없는 듯하면서도 전체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로 읽어야 완벽해지는 세 편의 중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다음 편으로 섞여 들고 마지막 이야기는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전체를 구성한다.”<뉴욕 3부작>은 각각의 소설들을 한편의 독립된 작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형태로 마지막편의 이야기가 다시 처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끝가지 소설을 다 읽었을 때 왠지 모를 혼란을 느끼게 되며 책장을 덥지 못하고 다시 첫 페이지로 눈길을 옮겨야 하는 압박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순환성은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여 첫 페이지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나면 다시 처음부터 책을 읽어야 하는데, 마치 다람쥐 바퀴 도는 듯한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 있다. '우리들의 모습'<뉴욕 3부작>의 고독과 순환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폴 오스터는 고독한 관찰이라고 하는 내용적 구성과 반복의 순환이라고 하는 형식적 구성을 통하여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선천적인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고독과 순환이 결합되어 우리들의 일상이 되며 이것이 파괴되면 삶도 같이 파괴된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결말에 이르러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삶이 파괴되고 있다. 자신이 느끼는 고독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되거나 반복적인 순환이 단절 되었을 경우에는 삶이 계속되지 못하고 중단되고 마는 것이다. 관찰의 대상이 사라져 버렸을 때 폴 오스터를 대신하여 탐정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짓고 있다. “이제 스틸먼은 어디론가 사라져 그 도시의 일부가 되었다. 하나의 반점, 마침표, 끝없는 벽돌담 속의 벽돌 한 장이 되고 말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타인을 관찰하는 소설 속 주인공인 탐정과 닮아 있고 순환적 고독의 대리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