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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살리는 천연발효식품
산도르 엘릭스 카츠 지음, 김소정 옮김 / 전나무숲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들어 발효음식을 공부하고 싶다. 발효와 부패의 차이는 무엇인지. 발효는 왜 일어나며 어떤 미생물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 발효 이후 먹을거리는 맛과 영양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인터넷 서점을 뒤졌다. 전문가가 쓴 미생물학 책이 많다. 화학공식이 춤추는 책을 내가 보기는 어렵다.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 두 권 샀다. 하나는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책. 또 하나는 산도르 엘릭스 카츠가 쓴 이 책이다.
제법 두껍다. 그렇지만 저자가 손수 경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놓아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에 조금 질릴 정도. 이 책에서 내가 알고자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많이 찾은 것은 아니다. 조금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은 소득도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발효음식을 다루고 있어 기본 원리를 꿰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배추로 백김치를 간단히 만들 수 있듯이 독일에서는 양배추로 자우어크라우트라는 발효음식을 간단히 만든다.
또 한 가지는 벌꿀 술. 저자가 다루고 있는 술은 에디오피아식 술로서 떼찌라고 부른다. 만드는 법이 아주 간단했다. 벌꿀과 물을 1 : 4로 섞은 다음 자연 발효를 하게 두면 된다. 3-4일 정도면 효모가 달라붙으며 거품이 난단다.
이 책에서 벌꿀 술이란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 ‘벌꿀 술’을 치니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온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방법만큼 간단하지가 않다. 기회를 엿보다가 벌꿀 술을 만들기로 했다. 행여나 실패할지 모르니 꿀을 조금만 했다. 책에 나온 대로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거품이 일지 않는다. 이상하다.
혹시나 해서 이틀쯤 더 두었다. 그래도 안 된다. 하루만 더 하자. 이번에는 벌꿀 술을 담은 병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이불로 폭 쌌다. 그랬더니 하룻밤 지나 거품이 인다. 우리 안방 바닥은 따뜻하지만 방 공기는 덥지가 않다. 그러니 발효가 더디게 일어난 셈이다. 맛을 보니 톡 쏘는 느낌이 난다. 술이 되가는 되나 보다.
이제 서늘한 곳에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숙성을 시키면 된단다. 술 항아리를 어두운 광에 넣었다. 이렇게 술 빚기가 쉽다니. 예전에 우리 아이가 막걸리를 여러 번 빚어준 적이 있다. 아이가 하는 걸 보니 이게 보통 정성이 아니다. 손수 막걸리를 빚어 마신다는 건 호사라 생각했다. 그런데 벌꿀 술이란 이렇게 간단히 빚을 수 있다니 참 놀랍다.
보름을 기다릴 수 있을까. 벌꿀 술은 무슨 맛일까. 알코올 도수는 얼마나 될까. 점점 궁금증이 인다.
책을 보면서 조금 걸리는 부분도 있다. 우선 번역 몇 군데. 미생물은 유기체를 ‘썩게 한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분해하는’ 거라고 해야 맞다. 썩는 건 분해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작은 지적이지만 22쪽 중간에 ‘생명이 순환시켜 준다’가 아니라 ‘생명을 순환시켜 준다’가 맞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자신을 ‘발효맹신주의자’라고 한 것도 좀 걸린다. 가벼운 글이 아닌, 책인데 맹신이라는 말은 좀 그렇다. ‘발효신봉주의자’나 ‘발효전도사’ 정도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