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예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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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건 일종의 스캔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스캔들을 두려워하여 인생을 기꺼이 주어진 틀에 맞춘다. 그러나 사는 게 스캔들인 것을, 인생 그 자체가 어쩌면 추문인 것을. 마그리뜨 뒤라스를 보는 우리의 시선도 그 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가 어떤 삶의 궤적을 그렸으며, 어떤 문학적 성과를 이루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엇갈리는 평가는 골동품 가게에 들른 사람들의 시선만큼도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으므로. 영화 '연인'의 원작가, 게다가 그 내용이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전언에 덧붙여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유가 그의 노후에 젊디젊은 청년과 사랑했다는 것, 그것뿐이라면...

대중적으로 강요되거나 일일학습되는 우리의 시선은 한계를 안고 있다. 인생, 그 자체는 스캔들이 아니다. 스캔들은 관자적 대중의 눈높이에서 일탈되는 삶(위거나 아래거나, 옆이거나, 또는 그 너머거나), 평균적인 틀에서 벗어난 삶에 대한 빈축일 뿐이다. 스테레오타입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먹물처럼 쏘아대는 질투일 뿐이다. 그러나.

그러나, 삶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 'C'est tout.'라고 말할 수 있다면. 담담하게. 두려움 없이. 남김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시절이 반복되면서 지식이 남아돈다. 복사한 것을 또 복사하고 다시 복사해서 선배들로부터 후배에게로 전해지는 그 간명하고 효과적인 족보처럼.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 의문을 허락하지 않는. 웨하스처럼 퍼석하게 부스러지는 현대인을 위한 지식의 범람. 하는 말로, 현대인들은 소크라테스보다 지식은 수십, 수백 배를 알고 있지만, 조금도 더 현명하지는 않다고.

하여, 우리가 아는 것들이란 달에 방아 찧는 토끼는 이제 없고,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도는 세 번째 행성이며 순환하는 지하철 2호선은 대학교 이름을 단 역을 몇 개 가지고 있고, 1분은 60초이고, 오늘의 원-달러 환율은 얼마얼마라는 지극히 임의적이고 작위적이며 찰라적인 것들일 뿐.

하지만 '나는 내게 꼭 들어맞는 자유 속에서 나 자신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하는, 스캔들을 뿌리고 간 노작가 앞에서, 브랜드에 천착하고 숫자놀음으로 날을 지새다 개그맨의 말장난에 환호작약하는 우리의 삶이야말로 스캔들 한 줄 남기지 못하고 스러지는 허상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가 공유하는 미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데다가 여든을 넘긴 이 작가의 연애가 우리의 기대대로, 이를테면 젊은 청년이 어떤 물질적인 이익이나 후광을 탐했다가 곧 싫증을 내고 역시나, 젊은 미모의 여성에게로 몸과 마음을 옮겼다거나 하는 후속탄이 나오지 않자, 세상을 떠난 그 작가를 즉시 잊었다. 그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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