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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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책을 읽고 났을 때, 내 안에서 끓어 올라오는 그 고통스러울 정도로 뜨거운 느낌을 도무지 표현해 낼 수 없음에 절망할 때가 있다. 지금이다. 그가 촘촘히 짜 놓은 곱고도, 투박한 천에... 한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서도, 조금 거리를 두고서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는 그런 문양의... 출렁출렁 이어지는 피륙과 같은 이 소설을 도대체 어떻게 한두 마디의 말로, 가장 희미한 힌트나마 줄 수 있을까?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 그 수많은 계보 속의 사람들의 가슴속을 들고나며 찾아내고, 도려내고, 다독이고 패배해 버리는 고독이라는 시뻘건 인장을...

차라리 울 수나 있다면. 흙과 회로 끓어올라 오는 절망을 막아야 했던 어느 날의 레베카처럼, 손을 지져 그 육체의 고통으로 영혼을 달래야 했던 아마란타처럼, 금화를 녹여 금 물고기를 만들고, 그를 다시 녹여 또다시 똑같은 것을 만드는 무의미한 일상의 틀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어 존재를 지우고자 했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처럼, 죽음 이후에도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자신을 살해한 친구를 찾아온 푸르덴시오 아길라처럼,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들처럼... 불현듯이 목놓아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책.

백년이라는 시간을 빈틈없이 꽉 들어 채운 고독의 역사. 뼈를 갉아먹고, 피를 타고 흐르는 고독이라는 천형과 같은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 그들이 드러내 보이는 무수한 외양의 다양함과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오래된 곳으로부터 달려오는 깊은 향수와 같은... 그 뿌리를 알 수는 없으나, 마치 원죄와 같이, 아니면, 그 원죄에 대한 벌과 같이 어쩔 수 없는 고독의 역사. 그 역사의 기록, '백년 동안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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