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 용어사전
김상인 엮음 / 생명의샘가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학과 관련된 자료를 급하게 찾다가 <심리학 용어 사전>이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고 서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 책은 인덱스가 전혀 없고, 외국 서적을 번역했는데도 알파벳 순으로 용어가 정리되어 있지 않길래 고민을 하다가 그 옆에 있던 우리 나라 사람이 엮었다는 <상담심리 용어사전>을 구입해서 서점을 나왔다. 영-한, 한-영의 용어 정리가 말미에 붙어 있어서 찾아보기도 쉽고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얼핏 보는데도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었다. 프로이트가 아이의 발달 과정을 구강기, 항문기 등등으로 분류해서 설명했다는 것은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알 터인데...

24쪽>>> '구강기(anal stage)): 심리성욕 발달의 둘째 단계로 이 기간 동안 대소변 가리기 훈련이 습득되고 쾌락의 초점이 대소변의 배설 또는 보유에 맞춰진다. 구강에 흥미와 쾌락의 원천이 되는 심리성욕발달의 첫 단계'

...라고 되어 있다. 구강기의 영문 용어가 틀렸음은 물론이거니와, 설명만 봐도 첫 문장은 영어 용어가 말하는 항문기를 얘기하고 있고, 두 번째 문장은 구강기에 대한 설명이다.

사전이라고 하면, 특히 전문 분야만을 따로 떼어내서 다룬 사전이라면, 그 분야를 전문으로 공부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낮에는 지팡이 삼아, 밤에는 호롱불 삼아 의지하고 참고해서 그 분야의 길을 걸어가는 일종의 길잡이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무성의하게, 단순한 오자나 실수의 차원을 넘어 치명적인 오류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으니, 보는 사람으로서는 '이 책이 그냥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것들을 대강 짜깁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글과 영문의 용어가 저렇게 상관없이 엮일 수가 있으며, 설명에는 '둘째 단계'라는 말과 '첫 단계'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들어있을 수가 있을까?

아무리 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는데, 이런 내용을 접하고 보니, 도저히 이 '길잡이'의 손을 잡고 길을 떠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좀 더 성의있게 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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