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원성 글, 사진 / 이레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인도는 그리움의 땅이다.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낳았지만,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아무 것도 기억하지 않는 나라, 인도.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생각은 아마도 두 가지로 나뉘어질 것입니다. 지저분하고 척박한 땅, 무더위와 질병 때문에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나라, 환상적인 거지의 나라, 거짓말쟁이와 도둑들이 들끓는 나라...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으로 돌아오는 사람들과 천상의 그림자와 영적 진보의 땅, 자유로운 영혼이 머무르는 명상의 나라, 공허한 삶 속 내 자신을 찾게 되는 깨달음의 나라... 머릿속에 좋은 단어만이 떠오르는 감동을 안고 돌아오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원성스님이 인도엘 다녀오셨다. 어머니이신 금강스님과 함께. 동자승 그림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났었는데, 이번에도 세속의 어머니에 대한 정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소개의 글에 '어린 나이에 출가'를 하셨다고 나온 걸 보니 그 때문인가도 싶다. <풍경>이라는 책을 통해 스님의 동자승 그림이 대중에 널리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동자승의 천진난만함에도 마음을 빼앗겼지만, 오히려 동자승 그대로인 스님의 모습에 더 매료되었었다. 동글동글 고운 얼굴에 또랑한 눈망울.

수필 같기도 하고 우화 같기도 하고 기도 같기도 한 스님의 글은 스님의 시선으로 잡아낸 사진들과 어우러져 깊고 긴 울림을 전해준다. 때론 직시하고 때론 응시하고 때론 관조하는 스님의 사진은 스님의 글이 곁들여져 보는 사람을 울고 웃고 빠져들게 한다. 그림만 잘 그리시는 줄 알았더니 사진도 아주 잘 찍으셨다.

이전에 <풍경>을 봤을 때는 동자승들의 모습이 너무 맑고 곱고 다정해서 마음이 끌렸지만, 글은 그렇게 수월히 다가가게 되질 않았었는데, 이번 책의 글은 의식적이지 않고 훨씬 더 편안하다. 수행의 마음가짐을 다잡기도 하시고, 오욕칠정에 사로잡힌 인간사를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하시고, 있는 그대로를 즐겁게 기쁘게 노래하기도 하시고, 깨달음을 갈구하기도 하시고, 부처님을 그리워하기도 하시고, 어머니에 대한 애뜻한 정을 표현하기도 하신다. 스님의 눈에 담긴 인도. 인도의 모습에 투영된 스님의 맑고 고운 마음이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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