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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 왜 지금 사랑이 중요한가
주창윤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8월
평점 :
제목을 읽으며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과 비슷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이라는 말을 문자로 보고 있자니 쑥스럽고 간지럽다. 글로 어떻게 사랑을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펼친다. 속된 말로 뻔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책제목과 책표지에서 느낀 묘한 감정으로 당당하게 책을 펼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목차를 보고 내용을 읽어 내려가며 선입견이야 말로 얼마나 어설픈 것인지 ‘내가 또, 앞섰구나.’ 경청처럼 책을 정독하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목차를 들여다보자.
프롤로그
1장 미켈란젤로의 발견
미켈란젤로 현상
매혹의 발견
피그말리온의 사랑
사랑의 결정과정
○ 소크라테스로부터
2장 사이 메우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
눈(雪과 目)의 언어
대화적 관계로서 기대지평
낭만적 사랑: 유토피아를 갈망하다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로부터
3장 디지털 사랑: 관계 맺기와 연결하기
네트워크 개인주의
감정독점
썸타기 사랑법: 근접함의 거리두기
실용적 사랑
○ 조약돌로부터
4장 에로스의 거울보기
에로스의 신화
성적 본능과 성적 사랑
남성은 섹스, 여성은 사랑?
에로스의 승화
○ 밀란 쿤테라로부터
5장 사랑의 역사
분리된 하나(분리와 추방)
소크라테스의 사랑
사랑의 이상화
열정적 사랑과 낭만적 사랑
사랑의 개인화
○ 두 개의 화산으로부터
6장 기억의 공유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
기억의 비극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
기억, 사랑의 집
○ 클라이브 웨어링으로부터
7장 ‘또 다른 나’의 발견
해와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
〈피아노〉와 에이다
금기와 사랑
소유적 사랑과 존재적 사랑
○ 톨스토이로부터
8장 내 안의 타자
D에게 보내는 편지와 아무르
동반자적 사랑
눈부처 사랑
왜 너여야만 하는가
○ 앙겔로폴로스로부터
9장 비눗방울의 상처
트리스탄과 이졸데
사랑은 왜 아픈가
자아인정
비눗방울의 사랑
○ 롤랑바르트로부터
10장 사랑의 과학
과학은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가?
생물학적 사랑
사랑의 심리학
사랑의 사회학
○ 대초원들쥐와 목초지들쥐로부터
사랑에 대해 나도 뭔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을 새삼스럽게 책으로 까지 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펼쳐본 세계는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에로스니 아카페니 하는 누구나 아는 사랑의 정의가 아닌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을 알게 했다. 이 책 [사랑이란 무엇인가]는 문학, 철학, 영상학, 신화학, 사회학, 문화이론, 심리학에 걸친 작가의 사랑에 대한 깊은 연구의 결과물이다. 그 깊이에 깜짝 놀라고 넓이에 솔직히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작가는 사랑을 사람만이 아닌 사물에게도 있음을 알려준다. 미켈란젤로의 돌덩어리 속에 인물상이 감추어져 있어 조각이 아니라 인물상을 덮고 있는 돌을 벗겨낸 것뿐이다. (내용 18쪽)라는 말에 난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마젤란과 같은 기분이었다. 사랑이란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끄집어내는 역할일 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동의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긍정하는 것’과 ‘상대방의 행동을 긍정하는 것’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정말 맞는 말이다.
사랑을 실천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것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사랑의 본질을 모르고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설픈 사랑이라고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완벽한 사랑이라고 해도 끝까지 간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사랑을 하면은 예뻐진다는 가요 가사가 있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켜 사랑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게도 하며, 욕심에 물들게도 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사랑은 일반적이거나 특별하거나 자신이나 상대방 모두에게 행복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살아있는, 살아가는 모든 날들이 사랑이면 좋겠다. 열정적이거나 잔잔한 사랑, 부모와 자녀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닌 삶 자체를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하고 지구를 사랑하는 사랑말이다. 큰마음을 키우고 큰 눈을 뜨고 세상을 안는 사랑말이다.
<한우리북카페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