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끕 언어 - 비속어, 세상에 딴지 걸다
권희린 지음 / 네시간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랄하시네"

실제 상황이다. 학원 영어 선생님이 중1 여학생을 가르치는 수업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참 묘한 것은 '지랄하시네'에 -시-가 붙었다는 것이다. 배운 것으로 하자면 '-시-'의 통사·의미적 기능이 '주어 존대'라 하였으니 그 와중에도 선생님을 존대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다.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뿐이다.

 

사실 문제는 아이들이 욕도 일상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욕이라고 했다. 욕에다 조미료라도 넣은 것인지 아이들의 입안에서 착착 감긴다.

 

내가 중2때 친구 중 정말 엄친딸이 있었다. 공부를 정말 잘해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아이가 어느 날 "쪽팔려"라는 말을 썼다. 나는 그때 너무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나는 욕을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남의 시선 때문에 안 쓴다. 또, 나의 성정이 욕을 할 만큼 비판적인 잣대나 부정적 시선을 가지고 않아서 욕에 있어서는 비교적 멀찌감치 하는 편이다. 어쩌면 욕을 듣거나 하거나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살아가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물론 누구나 그럴 것이지만. 그런데 살면서 상황들은 녹록치 않다.

 

한번은 수업하다 정말 '욕'을 하고 싶은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내가 무엇이라고 했냐면 "너희들 정말 그럴래, 선생님한테 정말 욕먹고 싶어 그러는거지? 한번 선생님 욕하는 것 좀 들어 볼래." 하면서 "욕~"이라고 소리를 쳤다. 내가 생각해도 참 기막히다. 이 글을 쓴 권희린 선생님이 31쪽에 "이놈들이 진짜 말 안 듣는구나! 정말 오늘 기분 좆같네"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하고 싶은 말을 "너희들, 오늘 아주 수업 태도가 거지같구나."라고 부드럽게 말했다는 부분에서 사실 신선했다. 정말 순간, 순간 고민스럽다. 아, 오죽하면 '선생님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했을까 싶다.

 

옛날에는 대가족이 함께 살아 언어나 생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맞벌이에 이혼가정, 조손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로 가정 안에서 바른 생활을 지도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그래서이다. 바른 언어생활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비속어를 쓴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언제고 그런 말들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 <B끕 언어>에서 비속어들에 어원을 알고 보니 참 조심스럽다. B끕 언어가 아닌 A급 언어만을 쓸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이고 보면 비속어를 바꾸어 쓰는 재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