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무엇을 위해 죽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영화 '브레이브하트(Braveheart)' 中) 브레이브하트를 무척 감명 깊게 봤더랬다. 스코틀랜드의 민족적 영웅인 윌리엄 월리스의 생을 다룬 영화로, 조국 독립을 위한 투쟁과 죽음을 장업하게 그리고 있다. 월리스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그의 죽음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의 압제를 이겨내고 독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 영화 종반부 월리스의 처형장면, 그는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 마지막 힘을 다해 외친다. 'Freedom!' (자유!) 인류의 역사적 사건 중 많은 부분은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그 투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에 [빌헬름 텔]의 울림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빌헬름 텔]은 14세기 초반의 스위스를 배경으로 태수의 폭정에 저항하며 자유를 쟁취해 가는 민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된 알브레히트 1세가 스위스 지역을 오스트리아에 병합하려는 가운데, 그가 임명한 태수는 폭정을 휘두르며 민중을 억압한다. 이에 우리, 슈비츠, 운터발덴 등 세 주는 동맹을 맺게 되고 빌헬름 텔의 화살은 민중 봉기의 발화점이 된다. 저자인 프리드리히 폰 쉴러는 '자유'를 평생의 화두로 삼았는데, 그의 이러한 사상은 본 극작품에 선명히 녹아들어 있다. 슈비츠 등의 세 주가 근본적으로 원한 것은 '자유 서한'에 따른 주의 자율권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약속되어온 자유가 침해 당하자 민중이 분노한 것이다. 그들의 저항과 투쟁은 숭고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쉴러는 투쟁과정의 지나친 폭력성은 견제했다. 저항권은 올바르게 행사되어야 하며 무분별한 폭력성은 저항권의 정당성을 훼손시킬 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는 프랑스 혁명이 자유, 평등, 우애라는 본 이념을 벗어나 과도한 폭력성과 무분별한 혼돈으로 치닫는 것을 결연하게 비판하였다. 극 중 발터 퓌르스트는 그의 이러한 이념을 대변하고 있다. '불가피한 일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이상은 안 됩니다...가능하면 피를 흘리지 않도록 합시다...칼을 쥐고도 절제할 줄 아는 민족은 두려워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 '순결한 승리를 피로 더럽히지 않은 건 실로 잘한 일이네!'(아버지의 눈을 멀게한 태수를 살려 보낸 멜히탈에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선 자유를 위한 투쟁이 계속 되고 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필연적이지 않을까. 자유는 인간의 숭고한 권리로서 보장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의 인류는 너무 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피는 더 많은 피를 부를 뿐이다. 쉴러의 충고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