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은 사진 한 장 - 윤광준의 사진 이야기
윤광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멋지고 작은 디카를 하나 갖고 싶었다.

작년 유럽 여행길에 디카의 매력에 푹 빠진 이래로,

정말 아무 곳이나 감흥이 있는 곳이면, 사진기를 들이대는 습성이 생겼다.

 

보름 남짓한 유럽 여행길에 30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정말 무식하게도 많이 찍어댄 셈이다.

필름 값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온갖것을 다 담아 왔으니, 거의 내가 다녀온 길을 거의 사진기로 흝고 지나온 셈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 놓고도 여기가 어딘지, 저기가 어딘지를 몰라

홈피 하나 만들어 놓고, 그 사진들에 이름을 붙이고자,

온갖 책자에, 인터넷에, 각종 화보까지

여행을 하고 난 뒤에, 되려 긴 여행을 한 셈이 되었다.

그 여행이 어찌나 고단하고 힘들던지...

 

그러나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완전 생초보인 내가 모 백화점의 의뢰로 사진전시까지 해 보게 되었다.

인터넷 서치엔진이 나의 유럽사진전 홈피를 케치한 때문이리라.

그래도, 워낙 많이 찍다보니 뜻하지 않게 간혹 그럴싸한 작품이 몇장 있었다.

창작과 발표라는 기쁨을 맞본 나는, 문득 내안에서 사진에 대한 열정이 마구 마구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되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일상생활의 모든 일을 스케치하듯이 사진기에 담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눈을 뜨게해준 나의 디카가 고맙다고생각되기보다는,  선배에게서 산 구형 중고품으로 몸체도 일상적으로 갖고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울만큼 큰데다 화소수가 150만 밖에 안되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혔다.

그래서, '손가방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지만, 능력은 출중한 디카.'

그것이 언제 부턴가 나의 소망 목록 1순위를 차지했다.

 

그러던 중 나는 올 여름 인도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한 번 나갔다오니, 바람기를 잠재우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나의 경제적 사정이나, 가정 사정이 지나치게 여의치가 않았다.

하지만, 마음 속에 품은 뜻을, 폭퐁우처럼 밀려드는 바람을 그 누가 잠재우랴!

뜨기로 했다.

 

작년에 아무 준비없이 유럽에 다녀온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되어,이번 여행은 단단히 준비하기로 했다. 블로그도 사전에 미리 만들어 여행 준비를 하고, 책들도 미리 많이 읽어두고, 인터넷 곳곳에 있는 인도 사진도 미리 눈에 익혀두고자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손가방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지만, 능력은 출중한 디카가 자꾸만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러던 중,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라는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나의 허영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사진은 사진기로 찍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찍는 것이라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진기 기종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라고.

 

사실, 작가 윤광준씨의 경험이 묻어난 날카로운 지적에서 난 지금 쓰고 있는 사진기의 작동법도 아직 다 마스터하지 못했거니와, 솔직히 사진기 가방이 큰 거지, 사진기 자체는 그닥 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윤광준씨가 지적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제대로 배우겠다는 구실로, 먼저 지나치게 좋은 사진기를 탐하고, 그리고는 그 사진기를 제대로 작동도 못하는 그냥 묵혀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 디카 쇼핑 싸이트는 그만 뒤지고,

어떻게 인도를 바라볼 것인가를 좀 더 연구해야겠다.

작년처럼, 소박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야겠다.

무슨 대단한 작품이나 찍는 것처럼 폼잡지말고,

그저 소중한, 간직하고 싶은, 다음에 오래도록 담아두고 싶은 여행의 추억을 마음껏 담아와야겠다.

작년처럼 운 좋으면 또 좋은 작품도 나올 수 있으니, 사진 찍기만을 너무 탐하지도 말아야겠다.

이 여행의 목적이 사진에 있음이 아니라, 인도에 있을지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