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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 옮김 / 부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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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폴 크루그먼은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자로서 재치있는 언변과 사회 제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 책에서 실업, 인플레이션, 세계화, 외환위기, 소득분배, 세제 등 현대자본주의의 역사와 함께 해왔고 또 오늘날까지도 자본주의의 尖端에서 뜨거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또한 그럼으로써 더욱 그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무수한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에 대해 ‘경제학’이라는 날카로운 매스를 들이댄다.

경제학자들이 그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모진 비판을 받는 것, ‘경제학자들’ 이라고 싸잡아 비난 받는 것의 진정한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바로 다른 사람들이 손에 꼭 쥐고 놓기 싫어하는 ‘상식’의 허점을 과감하게 들추어 내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폴 크루그먼이 쓴 이 책 또한 경제학자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불쾌한 사명을, 그러나 옳은 일을 묵묵히 해내가는 과정의 한 결과물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치적인 입장과 그에 따른 견해 때문에 다소 선입관을 가지고 책을 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주요하다고 할 만한 포인트는 바로 그의 경제학적인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과연 그러한가’를 집요하게 물음으로써 그 ‘상식’이 반드시 일반사람들이 믿는 것과같이 실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자세야 말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지식인’에게는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이다.

이러한 폴 크루그먼의 매력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각각의 글에 나타나는 그의 번뜩이는 재치와 현실의 경제문제에서 경제적인 함의를 이끌어내는 통찰력등을 발견함으로써 읽는이의 ‘사회를 보는 눈’을 한층 깊고 넓게 해주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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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험지옥-과거 - 중국학술사상 15
미야자키 이치사다 / 청년사 / 1989년 9월
평점 :
절판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뛰어난 역사적 통찰력으로 과거에 있었던 시험지옥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컨닝을 위해 만든 사서와 오경이 가득이 적힌 속옷과 어떤 사람에게는 큰 기쁨을, 또 다른 사람에게는 무거운 절망감을 안겨주었을 시험발표문 등, 그 당시의 시험지옥에서 사람들이 겪었을 만한 고뇌와 노력, 절망 등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치사다는 또한 역사서적이 가질 수 있는 지루함이나 난해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일화를 재미있게 소개함으로써 과거제에 대해 좀 더 생생하고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단지 죽어있는 역사적 사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치사다는 현쟁 일본의 입시지옥을 말하면서 이는 협소한 노동시장으로 인한 고용종신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사람의 현재 능력보다는 출신학교가 우선시되고 한번 직장에 취업하면 평생 그 직장에 몸담아야 하는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동적이고 개방적인 직업관을 가져야하며, 학교설비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과도한 경쟁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이치사다의 지적과 해결책은 일본과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그 한마디 한마디가 절실히 와 닿는다. 매년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과 그 부모들, 또한 예비수험생으로써 앞으로 닥쳐올 입시에 바쁘게 준비하는 학생들 모두 이런 시험지옥의 피해자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으로부터 약 1천 4백년전에 시작되었던 과거제도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너무도 닮아 있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시험의 공정한 시행을 위해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여러 가지 제도적인 절차들도 오늘날의 모습과 많은 부분 비슷했다. 그 와중에서 보여주는 미신적인 요소와 권선징악의 사건들이 이런 합리적이고 치밀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혼재해 있었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것이었다.

제도란, 사람이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지만 또한 그에 맞추어 사람들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과거제도와 연관되어 있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그 안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위치를 찾았으며 喜怒哀樂의 다양한 감정들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과거제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 고안, 시행되었고 또 그 필요와 함께 발전해 갔다.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참신하고 진보적이었던 과거제가 유럽의 신문화가 전파되던 새로운 시대에 와서는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이는 과거에 안주해 변화와 부단한 자기 개선을 게을리한 결과였다.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고, 관리의 선발에만 치중했던 것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그 안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과 해석이 나오고, 적응하는 사람과 그와는 반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체제에 순응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집단, 혹은 반항하고 적대하는 부류를 형성하는 등 그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결정하게 된다. 또한 무한히 영속적인 제도란 있을 수 없으며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 부작용이 누적되고 모순을 드러내게 된다. 그 시대가 바라고 요구하는 ‘필요’에 따라 제도는 개선되고 변화, 발전해 나간다. 과거제의 전체적인 모습과 전개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시대변화에 따라 자신을 개선시키려는 노력과 실천을 해나가야 하며 앞으로 올 시대에 대해 올바른 전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그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며 책임인 것이다.

중국의 과거제도가 또 그것이 만들어 냈던 시험지옥의 모습,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낯설지 않게 여겨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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