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에 빠지고 허무함에 무얼해야 할 지 몰라 하던 때가 있었다. 침대에 누워 멀거니 책장만 바라보고서. 아무 생각없이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를 집어 들고 되는 대로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뿌리. 진득하니 고여버린 굳은 심지의 독백이 나의 나약함을 꾸짖으며 말하고 있다. 풀이 눕는다...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