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별 징검다리 동화 22
박효미 글, 윤봉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 저학년 대상 그림동화 <고맙습니다 별>을 읽었다.
여기에서 나오는 별은 하늘에 뜬 별이나, 사람이 이름이 아니라 주인공 김수택이 해야 하는 숙제다.

 

 

 

 

 

 

 

 

 

 

 

 


우리 교실에 '고맙습니다' 알림판이 달렸다. 칠판 옆이었다.  "고마운 걸 찾아 스티커에 써서 여기에 붙이세요." 선생님이 노란 별 스티커를 나눠 주면서 말했다."
(중략)
"사람이든 물건이든 다 괜찮아요. 하루에 하나씩 이번 주 금요일까지 찾아 써 오는 거예요. 얼렁뚱땅하지 말고."
선생님은 꼭 나를 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툭하면 나보고 얼럴뚱땅 김수택이란다.

-본문 중에서

 

 

 

 

 

 

 

더할 나위 없이 정직한 수택이는 스스로 숙제를 하려고 자신 주변에서 고마운 존재를 찾는다.
텔레비전을 보고 혼자 글자 깨쳤다는 수택이는 별 스티커에 '테레비'라고 쓴다. 물론 선생님한테 혼난다.
그다음에 고른 것은 엄마도 아닌, 누나도 아닌 따뜻한 전기장판. 선생님은 수택의 별을 보고 전자파를 조심하라고 한다.
사춘기라 성격이 더러운 예민한 누나는 수택이 숙제를 도와준다. 수택이는 과자를 준 구멍가게 할머니를 별에 적으려 하지만 누나는 "인명 구조대원"이라고 적게 한다. 선생님은 수택이의 별을 보고 칭찬한다.
칭찬을 들었지만 수택이는 가슴속에 돌멩이 하나가 들어온 기분이 된다. 고맙지 않은데 고맙다고 했기 때문에.

 

 

 


아빠가 돌아왔다.
아빠는 해고 노동자다. 기타 공장에 복직되기 위해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집에 돌아온 아빠는 낮에 자는 엄마를 위해 식사를 차리고, 누나에게 기타를 가르쳐주고, 뭔지 모를 노래를 부른다. 수택이는 누나 몰래 고맙습니다 별에 "기타"라고 쓴다.

 

 

 

 

 

 

 

 


이 동화는 해고 노동자의 가족이 겪은 어려움과 갈등을 주인공 어린이가 숙제를 해나가는 시선에서 그리고 있다.
고맙습니다 별.
처음 읽었을 때는 도대체 뭐가 고마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노조를 하지 말라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낮에 자는 엄마는 수택이를 방임하고, 세상의 시선에 예민한 사춘기 누나는 삐뚤어지기 일보 직전처럼 보인다. 야근수당을 더 받으려고 밤에 동대문에서 옷을 파는 아내에게 육아의 책임까지 모두 떠넘긴 아빠는 오랜만에 돌아와 식사 한 번 차린 것으로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
맨손으로 시멘트처럼 메마른 삶에서 행복을 박박 긁어모으는 수택이가 안쓰러웠다.

 

 

2016년 2월 우리나라 출생률이 역대 최저다.
이 동화를 곱씹다가 천천히 깨닫는다. 해고란 이런 거다. 안정적인 고용이 이뤄지지 않을 때 가정에 닥칠 이런 모습이 두려워 우리나라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고맙습니다 별>은 우리 세대의 가슴속 깊은 불안을 작는 별에 담은 정직한 그림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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