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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1년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나오키상을 수상한 미치오 슈스케의 <달과 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어린 초등학생들의 심리묘사와 그 미스테리하고 스산한 푹 빠져 지냈다.
미치오 슈스케가 <달과 게>와 거의 비슷한 시기 함께 썼다는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은
그의 전작 <달과 게>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다.
■ 편안한 동네 중고매장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이라는 이름처럼 이 소설은 가구부터 각종 DVD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물건이 어수선하게 진열된 작은 동네의 중고매장을 배경으로 물건배달을 나가서 혹은 우연히 어떤 사건에 중고매장이 끼어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맨 뒤에 나오는 미치오 슈스케의 말에 따르면, '이런 녀석들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녀석들을 만나고 싶다'라는 꿈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켰다고 하는데 그만큼 소설 속 두 주인공인 가사사기와 히구라시가 운영하는 중고매장이 적자에 허덕일 정도로 땡중이 요구하는 터무니 없는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거나 전혀 관여할 필요 없는 일에 오지랖 넓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등 참으로 어수룩하고 엉뚱하다.
■ 일상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
중고매장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벌어진 일상의(?) 사건을 다룬 이 소설은 책<머피의 법칙>을 끼고 다니며 "체크메이트..." 라 말하며 자신이 셜록홈즈 쯤 된다고 생각하는 가사사기와 가사사기가 왓슨처럼 부리는 히구라시가 실은 가사사기가 엉망으로 추리한 내용을 수습하고 사건을 해결해나간다.처음엔 가사사기를 천재쯤으로 생각하는 나미를 즐겁게 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히구라시 또한 이제는 가사사기가 홈즈놀이를 하는 것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 듯 보인다.
■ '이런 녀석들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녀석들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녀석들을 만나고 싶다'고작가가 생각한대로
젊은 나이에 돈도 안되는 중고매장을 연 이 무모한 젊은이들은 어수룩하고 주위 사람들이 귀찮아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한 오지랖을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이런 이들이 어딘가에서 정말 살아간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순수하고 정감 있다.
그리고 살인사건 같은 큰 사건이 아닌 최근 요상한 경로로 들어온 청동불상에 간밤에 방과의 흔적이 있다든가, 부자 집에 들어온 도둑이 고양이만 훔쳐 달아난다든가 하는 일상의 미스테리한 사건들이 너무 재미있고 유쾌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같은 사람이 <달과 게>같은 심오한 소설을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이 책 또한 유쾌한 매력이 있으니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처럼 편히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일본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어서 읽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