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도요 > <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작가와의 만남
오현종 작가와의 만남: 거룩한 속물들
우연히 대형서점에서 나오는 중에 오현종 작가의 새 소설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제목은<거룩한 속물들>.
몇 해 전 라디오에서 오현종 작가의 소설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에 대해 듣고 나서 바로 읽었었던 기억이 있다. 내용이 자세히 생각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매우 참신하고 재미있게 읽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나 스스로는 오현종 작가를 꾸준히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얼마 전 나왔던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광고가 나올 때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중에 또 다른 신간이 나왔다. 알라딘에서 인터넷 연재를 하는지 몰랐던 나는 무척이나 반가운 신간이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은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아이들의 얘기라서 나로서는 그리 흥미롭게 여겨지지 않았는데, <거룩한 속물들>은 표지부터 내 또래의 여성으로 보이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소설에 등장 할 거룩한 속물들 또한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간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며칠 뒤 알라딘에서 오현종작가와의 만남 이벤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청했고 오현종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거룩한 속물들>을 읽고 가기엔 시간이 생각보다 촉박했는데 다행히 전 날 책을 살 수 있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서 작가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끝까지 읽었다.
도착하고 나서 십 여분이 흘렀고 그 뒤 작가와의 대화가 이뤄졌다.
대화의 시작은 인터넷 연재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거룩한 속물들>이 인터넷 연재였는지도 몰랐고, 인터넷연재소설을 한번도 읽어 보지 않았지만 작가가 인터넷연재라는 형식 때문에 가독성에 대한 고민, 한회, 한회 재미있고 공감이 가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는 매체에 대한 고민은 작가로서의 고민으로도 느껴졌다.
대부분의 질문과 대답은 <거룩한 속물들>에 관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속물이란 주제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자신이 ‘속물’에 대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속물’이라는 것이 자신을 괴롭힌 문제라고 얘기했다. 그러니까 작가스스로도 ‘나는 속물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그 문제는 자신이 글을 쓰고 싶을 정도의 고민이었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계기도 있었다. 그것은 작가가 작년 봄 대학에 갔을 때였다. 작가는 자신이 학교를 다녔던 시절과 달리 대형 커피숍이나 체인점들이 학교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난한 학생들은 어쩌지?’ 자신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자판기커피를 뽑아 마시면 됐었는데 지금의 집안형편이 어렵지 않은 대학생들은 커피를 마시러 커피전문점에 갈 것이고 가난한 학생들은 그곳에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거다.
예전에 비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돈의 차이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돈이 있고 없음에 따라 삶의 질의 차이가 벌써 시작되는 것이다.
작가는 20대 대학생들이 이런 속물성에 노출되기 가장 쉬울 때라 여겼고 그래서 주요한 인물들을 20대의 여대생으로 설정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작가와 독자가 이 소설을 받아들일 때 느꼈을 점이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집필할 때는 독자들이 이 주인공들이 너무 작위적이라고 과장이 너무 심하다고 얘기할 거라 생각하고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랬던 거 같다. 내 주변에는 없지만 어딘가에는 이런 이들이 존재할거 같다. (나는 주인공인 기린을 볼 때면 내가 했던 행동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했던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바로 이 주인공들도 하고 있는 ‘나는 속물일까?’하는 물음이다.
내 친구를 이 물음에 이렇게 얘기했었다. 모든 사람은 물질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그것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거리낄게 없다고.
그런데 나는 그동안 한번도 그렇게 위안(?)을 삼았던 적이 없었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내 위주로 행동할 때면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작가는 이 고민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일말의 고민을 하지 않는 것, 자신이 속물인지를 인식 못하는 것이 진짜 속물이라고. 그리고 사람을 두 종류로 분류하였을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해 회의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즉 반성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뉜다고 작가는 이렇게 회의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발전시킨다고 보았다.
그 중에서도 작가는 이 말을 꼭 하려고 했다. 속물스러움에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고 속물스러움만 쫓아 남을 부러워하고 따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소설의 제목에 대해 궁금했던 점. 제목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먼저 ‘거룩한’과 ‘속물들’이란 단어를 역설적으로 이해해도 되고 혹은 반대로 ‘거룩한’이란 의미를 종교적인 의미로 절대적으로 믿는 대상으로 여겨 속물스러움에 따라가는 것을 거룩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작가에게 했던 질문들의 답 중에서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작가에게 "차후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이냐"는 질문에서였다. 작가는 바로 글을 쓰기 보다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채우고 채우다 남는 것이 소설이 되기 때문에 잉여를 만들기 위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대답했다. 나도 글은 아닐 거 같지만 창작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 또한 열심히 내 안의 것들을 채워나가 많은 잉여를 만들어야겠다.’ 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글 쓰는 건 노동이라는 이야기. 무언가를 창작하고 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나 또한 공감했다.
<거룩한 속물들>이란 책을 읽으면서는 사실 내가 오현종작가의 이전 소설에서 느꼈던 공상적이고 재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아쉬웠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속물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속물성에 대해 더 마음편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지면서 작가와의 생각과 내가 꿈꾸는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