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 지리산 자락에 정착한 어느 디자이너의 행복한 귀촌일기
권산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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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쉬운 것이 외면이다.-46쪽

사람 사는 세상의 모든 마을이 변화를 화두로 삼아야 할 이유는 없다. 대다수의 우리들은 '변화'라는 것을 너무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또는 변화와 발전을 동일하 의미로 인식하기도 한다. -86쪽

모든 농사의 결과물은 어느 순간 비약적이었다. 어느 아침에 보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벼의 녹색에 누른빛이 감돌기 시작하면 추석이 코앞이란 소리다. 더위가 한풀 숨이 죽고 고추 따서 말리는 손이 바빠진다. 배추 모종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언제나처럼, 약속한 바는 없지만 모두 같은 시기에 같은 행동을 한다. 아무리 바빠도 그 시기에 작물을 심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다.-102쪽

때로 시간은 반복적이지만 그 반복은 한번도 똑같지는 않았다.-114쪽

같은 옷을 입고 학교를 다녔고 "무엇이든 해라"라는 말보다 "무엇을 하지 마라"라는 말씀의 홍수 속에서 살아왔다. 시작과 끝을 스스로 결정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단지 똥과 오줌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정도의 권리만 부여받았었다. 대부분의 경우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없었다. 대열에서 이탈하기 때문이다. 동경하지만 실행하기는 힘들다. 새로운 시작은 우선멈춤을 전제로 하는데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은 엉망이 되기에. 어쩌면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달리고 있는 우리들.-211쪽

그래서 완벽하게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사람은 타고나는 것 같다. 하지만 지향은 한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223쪽

"가족끼리는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힘들고 괴로운 때가 와도 변함없이 가족 모두 모여서 밥을 먹어라. 가장 나쁜 것은 배가 고픈 것과 혼자 있는 거란다."-225쪽

그녀는 항상 '지금'이 좋았을 것이다. 지금. 가장 치열한 지금. 결코 외면하거나 비켜서지 않았던 '지금'. '지금'이 무조건 좋았을 리는 만무한 것이다. 다만 그 '지금'을 받아들인다. 지금을 받아들이지 못할때 우리네 인생은 피곤해진다. 자신에 대한 부정이다. 자신을 부정하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행복해질 수 없다.-251쪽

역시 '해야 하는 일'은 '하고 싶은 일' 보다 무겁긴 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고 어른들은 말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그 말에 살짝 의문을 표했다. 어른들은 끝까지 해야 하는 일만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또는 하고 싶은 일이 있기나 한 것 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자신을 탓했다. 어린 시절에 해야 할 일은 열심히 하지 못한 탓에 그리되었다고. '카르페 디엠'은 어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일 것이다. -291쪽

없는 사람들이 그것을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바뀔 이유도 없다.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거나 부끄러움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렇게 제 처지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없는 자가 있는 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데 다툴일은 없는 것이다. -343쪽

생각은 생각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생각은 항상 현실에 패배했었지.

영화 <키 라르고>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주절거린 말이다.-3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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