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 무렵에 크게 놀란 일이 있었다고 써 있다. 심막삼출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그 일이 저를 많이 변하게 했어요." 데니즈가 썼다. "경험이란 그런 거죠. 삶의 우선순위가 한꺼번에 정리되고, 그후론 제 가족에게 깊이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어요. 가족과 친구보다 더 중요한건 없으니까요." 그녀는 단정하고 작은 글씨체로 그렇게 썼다. "그리고 제겐 둘 다 있으니 얼마나 축복이예요." 그리고 카드의 끝을 처음으로 이렇게 맺었다. "사랑을 담아." -54쪽
소용돌이치며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바닷물 속에 다시 잠겼을 때 그는 패티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녀의 팔을 꼭 붙잡았다. 널 놓지 않을게. 파도가 칠 때마다 햇살이 반짝이는 짠 바닷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케빈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그 옛날 여왕처럼 줄넘기를 하던 소녀, 지금은 바다에 빠진 젖은 머리의 여인이 두 사람의 구조만을 바라며 바다의 힘만큼이나 격렬하게 그를 붙잡고 있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오, 미친, 이 우스운, 알 수 없는 세상이여! 보라. 그녀가 얼마나 살고싶어 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붙잡고 싶어하는지. -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