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일일수록 부딪쳐야 한다고. 그래서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고. 이 집에서 살았을 때 해리는 늘 올레그를 지하실로 내려보내곤 했어."-95쪽
"병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의사들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죠. 전 죽음이 삶보다 더 매력적인 순간이 올 때 자살을 가치 있는 행동이라고 말한 제논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제논은 아흔여덟 살 때 엄지발가락이 탈구됐는데, 그 일로 너무 속상한 나머지 집으로 가서 목을 맸죠." "당신도 번거롭게 홀멘콜렌 스키 점프대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말고 그냥 목을 매지 그래요?" "글쎄요, 죽음은 삶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가 되어야죠. 어쨌거나 고백하자면, 그렇게 죽어서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유감스럽게도 제 연구는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해서요."-176쪽
"과학자들이 경험이 많은 권투선수들의 뇌 활동을 측정한 적이 있어. 권투선수들이 시합 도중에 꽤 여러번 의식을 잃는 거 알아?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여기서 잠깐, 저기서 잠깐 의식을 잃는다지. 그런데 몸은 마치 그게 일시적이라는 걸 아는 듯이, 통제력을 발휘해서 다시 의식이 들 때까지 버틴다는 거야." (중략) "하지만 첫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카트리네가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말했다. "권투선수들처럼 맞는 대로 휘청거려야지. 저항하지 마. 일의 어떤 부분이 조금이라도 신경을 건드린다면, 건드리게 내버려둬. 어차피 막아낸다 해도 오래가지 못하니까.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인 다음 댐처럼 풀어놔. 벽에 금이 갈 때까지 담아두지 말라는 말이야. -263쪽
이다르 베틀레센은 어떤 악령과 싸웠을까? 악령을 이곳으로 데려왔을까, 아니면 이곳이 성역이나 피난처 였을까? 아마 그도 몇가지 해답을 얻었겠지만, 모든 해답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광기와 악이 전혀 다른 두 개체인지 혹은 더는 파괴의 목적을 이해할 수 없을 때 단순히 그걸 광기라고 불러야 하는지 같은 질문의 해답들. 우리는 무고한 민간인이 사는 도시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이해하지만, 런던의 슬럼가에 질병과 도덕적 타락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매춘부들을 토막 내야만 했던 살인자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전자는 현실이라고 부르고, 후자는 광기라 부른다. -280쪽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고, 그 외의 일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잘못된 생각들이 마음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했다. 해리의 가르침이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괴물들을 정복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 가능한 자주 그 괴물들과 대면하고 싸워야 한다. 이길 수 있는 사소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578쪽
에우네의 말이 옳다. 모든 아이들이 완벽한 기적이라면, 삶은 근본적으로 퇴보해가는 과정이다. -6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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