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범죄자에게는 항상 적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터무니없는 사소한 우연 때문에 흐름이 바뀌어버린다. 사소한 것 하나를 잊었다든지, 공교롭게도 그날 비가 내렸다든지, 택시가 바로 잡히지 않았다든지, 그런 작은 일이 범인을 당황하게 하여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수사란 그것을 끈기 있게 찾아내는 일이다. -209쪽
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선전이야말로 선악을 결정하고, 옳고 그름을 정하고, 신과 악마를 나누는 것임을. 법이나 도덕규범은 그 바깥에서 하릴없이 어슬렁거리고 있을 따름이다. -343쪽
범죄자뿐 아니라 사건을 일으키기 쉬운 종류의 인간을 사건 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격정도 아집도 금전욕도 아니다. 영웅이 되고 싶은 욕망이다. 그것은 다케가미가 오랜 세월 형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진실이었다. 술에 취해 싸우다 남을 죽이는 것도, 총기를 들고 무작정 인질을 쏴 죽이는 것도, 클랙슨을 울렸다고 뒤에 서 있는 차의 운전사를 죽이는 것도,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고 상대를 플랫폼으로 끌어내려 철로 안으로 밀어넣는 것도, 모두 영웅이 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나는 영웅이다, 다른 놈하고는 다르다, 나는 영웅이다, 그런 나에게 주의를 주다니, 이 건방진 놈! 벌레처럼 땅을 벌벌 기면서 살아가는 인간들아, 이 영웅 앞에 무릎을 꿇어라. 그것이 그들의 본심이다. 그들만큼 '영웅'이란 말에 취하기 쉽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은 없다. 지금 다가와가 연기하고 있는 '부당하게 박해받는 희생자'도 '순교자' 성격이 강한 영웅담과 별다를 바 없다. -3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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