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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평점 :
어느 날 마주한 나의 이야기,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얼핏 만화로 봤던 보노보노가 기억난다.
참 귀엽게 생겼지만 항상 땀 흘리며 말 못하는 답답한 해달,
나에게 보노보노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라니?
제목부터 공감이 가지 않았다.
띠지에 있던 '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라는 문구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 책을 영영 펼쳐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대단한 조언이 있지도 않았고, 엄청나게 새로운 내용이 있지도 않았다.
그저 보노보노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일기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읽을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친한 친구와 퇴근길에 통화하며
그날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순간처럼 따뜻했다.
어느새 고개를 저어가며 '아니야 그건 아니지'라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맞는다고 미소 지으며 끄덕거리고 있는 내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솔직한 사람을 만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보통 본인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만 언급하기 마련인데,
'굳이 뭐 이런 이야기까지 하나 참 겁도 없다' 싶을 정도로 꾸밈없었다.
안쓰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대견하기도 하고,
불쑥 나타나는 성숙한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라도 칭찬에 목매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일일 거다.
칭찬은 들으면 좋지만, 못 들었다고 해서
내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믿는 일일 거다.
그런데 그게 참 안 된다.
뭔가를 했을 때 칭찬을 들어야 살 맛이 난다. (p.52)
나는 소심한 편이다.
여기서 '소심한 편'이라고 쓴 이유는
그렇게 쓰면 조금이나마 덜 소심한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다.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글을 쓰는 내가
얼마나 소심한 사람인지 소심한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p.201)
왜 처음 마주한 순간 투덜거렸는지,
왜 시간이 흐르니 안쓰러워졌는지 알 것 같다.
끊임없는 고민과 하루를 채우면서도
나를 아끼는 방법 하나쯤은 갖고 있는 보노보노 같은 사람,
그게 바로 나였던 거다.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이유 없이 지칠 때, 누군가의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기분이 좋아지고 싶을 때 딱 적절한 책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고 말해줘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