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견하는 시간 - 하버드.MIT 석학 16인의 강의실 밖 수업
양영은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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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용실에서 잡지를 보는데,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단아한 외모의 KBS 기자분의 인터뷰였는데 회사 생활 8년 차에 MIT와 하버드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만난 세계적 석학들과의 대화를 책으로 엮어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라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책을 엮어냈단다. 평범한 직장인도 아니고 매일 글을 쓰고, 보고, 확인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분이 출판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니. 게다가 마지막 인터뷰어의 '누구나 그렇게 자신을 발견해가며 성장하는 거겠죠?'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성장이라는 것이 반드시 큰 성공이나 성취를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각자의 기준과 속도에 맞게 인생에서 밟아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로 발걸음을 내딛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과정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걸 찾게 될 거라는 믿음 역시요. 외롭고 고독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성장의 정의를 내리는 방식이나 인간의 외로움을 언급하는 것을 보며 보통 내공의 소유자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바로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앞날개에는 저자의 약력을 소개하는 여느 책과는 달리 이 책에 대한 소개 글이 적혀있다. 독자들이 본인보다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인터뷰이들에 조금 더 집중해줬으면 하는 저자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그 뒤에 보이는 최재천 교수의 '고수라야 고수를 끌어낸다'라는 제목의 추천사는 이 책을 선택한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추천사가 이렇게 멋진 경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사실 그들의 가르침을 얻으려면 그들의 책을 읽으면 된다. 그들의 강연을 들으면 된다. 하지만 훌륭한 인터뷰는 책과 강연에서 접하지 못한 내면 깊숙한 곳 또는 아예 마음 뒤편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러자면 때론 각본에 있는 질문이 아닌, 엉뚱하고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류 엘리트 집단에 속하길 거부하는 우리 시대 대표 반골 촘스키 교수에게 양영은이 던지는 질문-"외롭지 않으세요?" 고수라야 고수를 끌어낼 수 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인물 총 16인의 인터뷰를 실었고, 각각의 대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며 제목과 부제목을 달았다. 인터뷰이를 만나게 된 계기를 밝힌 뒤, 단순히 녹취록을 작성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작가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냈다. 각각의 이야기지만 따로 놀지 않고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다. 저자는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되지 않도록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단편 모음이라 출퇴근길에 틈틈이 읽기에 참 좋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너무나도 대단한 이들을 발견하는 이 시간 동안 나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멋진 사람들의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했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감정이 공존할 수 있구나'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책. 나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성공을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찾는 게 아니라 평범한 가치를 확고히하고 꾸준히 실천하다보면 결국 원하는 모습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도와준 시간이었다.

좋은 구절이 셀 수 없이 많아 결국 책 내용을 다 옮겨야 할 것 같아서 이번만큼은 생략하는 걸로. 인터뷰 내용이 하나하나 좋은 건 물론이거니와 작가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방식이 (정말 부러워 미칠 만큼) 너무나도 멋지고, 글의 배치나 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사진들까지 빠짐없이 마음에 들어서 꼭 책으로 읽어보길 강력히 권한다. 분명 이 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 보일 때마다 읽어서 내용은 물론이고 작가의 사고방식과 글을 쓰는 방식까지 모두 흡수해버려야겠습니다.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동일한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생각하고 결국은 늘 성장하죠.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evershinhwa6.blog.me/22068419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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