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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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된 이유
  도서관에서 '오늘도 뭐 읽을거리 없을까?' 하며 둘러보던 중, 노란책 책 커버가 예뻤고, 새 책이었다. 그래서 집어 들었는데, 왠걸 방송인 김제동씨의 '공감에세이'라고 소개되어있다. 평소에 (엄청나게 팬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연예인이고, 말 잘하는 연예인이고, 강의도 하고 토크 콘서트도 한다기에  글이 재미있을 것 같아 책을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제동씨의 한마디가 공감되었다.


누구에게나 못다 한 이야기가 하나쯤 있잖아요!

 

 

  그리고 너무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하루만에 책 한권을 끝내보긴 처음이었다.(해리포터 제외, 나는 한 자, 한 자 정독하는 스타일이다.) TV보는 것 같았다. 헿



 

 

책을 읽으면서
  읽는 내내 느낀건, '이 사람 참 하고싶은 말 많았구나.'였다.  그런데 또 참 재미있는건, 그 말들이 단지 하소연이 아닌 '솔직함'이었고, 그 솔직함속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힐링스토리'였다. (힐링이라는 말 잘 안쓰는데, 이런데에는 써줘야 합니다.) 김제동씨 자신의 삶의 이야기,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감동 이야기, 국민으로서의 이야기, 사회자로서의 이야기, 그리고 상담자와 위로자로서의 이야기.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지만, 정신없지않고 마음따뜻해 지고 뭉클해 지는 이야기였다.
  특히,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민감하지 않을까? 했던 나의 염려도 오히려 도전으로 바꾸어 주었다. 김제동씨가 정치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나름 내 마음속엔 '저런 얘기 해도 안잡혀 가나? 괜찮을까? 걱정된다.'라고 자리잡았던 불안도, 오히려 응원으로 바뀌었다. 김제동씨!! 저는 말도 못하고 정알못이라 잘은 모르지만, 우리 나라를 위해서 신나게 말해주세요!





좋았던 부분들

자유, 자기 이유로 사는 것
신영복 선생님이 쓰신 책 <담론> 마지막에 독버섯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 등산을 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등산용 스틱으로 버섯을 툭툭 치면서 이야기해요. "잘봐, 이게 독버섯이야. 먹으면 죽어." 아들이 그 얘기를 듣고 "아, 이게 독버섯이구나!"하고 지나갔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어린 독버섯이 충격을 받고 쓰러지면서 말했습니다. "아, 내가 독서섯이구나. 난 누군가를 죽이는 존재구나. 내가 저렇게 예쁜 애를 죽일 수 있는 존재라니!" 어린 독버섯이 슬퍼할 때 곁에 있던 다른 독버섯이 친구의 어깨를 받치며 이야기 했습니다. "아닌 저건 식탁 위의 이야기 이고 인간의 논리야. 넌 내 친구야. 넌 쟤네 먹으라고 태어난 게 아니고 나랑 친구하려고 태어난 거야."

  난,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친구를 둔 독버섯이구나.'했다. 그런데 김제동씨는 더 나아가 존재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각각의 존재의 이유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이유가 있다. 자유는 자기만의 이유로 사는 것. 그것이 자유라고 한다. 그런 자신을 사랑하겠노라고 말한다. 참, 하나의 이야기에서 얻는 것도 사람의 깊이에 따라 다르구나 했다. 덕분에 나는 김제동씨에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얻었다.

 

 

나를 포기하지 않는 거, 괜찮은 일인 듯합니다. ♡

내 안의 게스트 하우스
내 마음 안에 게스트 하우스가 하나 있는데, 아침에는 행복이 와서 놀다 가고 저녁에는 우울함이 와서 놀다 간다고 생각하면 맞을것 같아요. 우울하서나 충동적인 감정이 들어오더라도 영원히 사는 게 아니라 머물다 가는 것이니까. 머물 수 있을 때까지 머물다 가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요?

  나는 조울증?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울증이 있을 때 마다 내가 정신병자가 된 것 같이 힘들고, 어려울 때가 많아서 상담도 많이 받곤 했었는데, 김제동씨의 말이 여느 상담 선생님들 말 보다 더 위안이 되었다. 그냥 내 마음에 놀다 가는 반가운 친구들 처럼 대하자! 그냥 방문한 손님들 뿐이야.
  영화 <인사이드아웃>이 생각났다ㅋㅋ 그 영화 못본 영환데 너무 보고싶다. 어디 어둠의 경로....를 탈 수 없겠...지? ㅠㅠ 여튼 거기 감정들이 생각이 났다. 친구들 같은 감정들!ㅎㅎ

흔들흔들 그러나 둥실둥실
  나침반을 보면 바늘이 계속 불안한 듯 흔들리잖아요. 끊임없이. 나침반 바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방향을 제대로 가리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 소명을 다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뜻이죠. 그 바늘이 멈추면 나침반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나는 많이 흔들렸다. 사회적 위치에서 흔들렸고, 돈 앞에서 흔들렸고, 가정에서 흔들렸고, 내 안에서 흔들렸고, 신앙적으로도 흔들렸다. 그러나,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 아.. 이 한마디에 모두 녹아 내렸다. 내가 안간 힘을 쓰고 있기에, 노력하고 있기에, 살아가려고 애쓰기 위해 흔들리는 거니까, 괜찮은 거지? 바르게 살고 있는거지? 
  이런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이라는 책은 어떤 책일까? 너무 궁금했다. 나중에 꼭 찾아 읽어봐야지. 하며 내 읽고싶은 책 리스트에 추가 했다.

"어떤 인간이냐! 내가 똥 싸줄게, 그 집 앞에"
  현관문을 열고 딱 들어갔는데 너무 분한 거에요. 그런데 그 분한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는 거에요. 저는 혼자잖아요.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래서 사람은 누군가와 같이 살아야 하는구나!" ... 정말 딱 여기까지 얘기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욕이 들려요. "그 아줌마 돌았나, 미쳤나! 우리 오빠한테! 이씨 죽을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이미 반은 내려갔어요. ...... 살면서 나하고 싸운 사람 집 앞에 똥 싸주겠다는 사람, 그런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충분히 괜찮은 인생 같습니다. 저는 그렇더라고요.


 

읽고난 후
 김제동씨는 자신을 '상처입은 치유자'라고 소개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동지를 얻은 것 같아 너무 좋았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나의 한 학년 선배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의 상처를 말해주며 언니를 위로해 준 적이 있다. 그 언니는 내 말을 듣고 "나만 힘든게 아니었던 것 같아. 너도 이렇게 잘 살아가는데 나도 힘내야지. 어려운 이야기였을텐데 말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 이후에 나는 내 상처, 내 아픔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내 인생의 소명을 '치유자'와 '위로자'로 살기를 다짐했다. 그런데 요즘 내가 더 힘들어 지고 위로받고 싶으니, 내 소명을 잊고 살았던 것 같은데 문득 김제동씨의 책을 읽고 내 소명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상처입은 치유자. 내 자신에게는 너무나 아프고 가혹한 타이틀이지만,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나의 존재 이유인 것을... 이번엔 아픈 마음을 김제동씨가 치유해 주었다.
  그리고, 김제동씨의 정치적 발언. 너무나 불안했었지만 이제는 응원한다. 헌번을 설명해 주는 그의 연설문을 읽으면서 (에세이 뒤에 성주 사드 연설문이 첨부되어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이야기를 하는 우리는 지극히 정상이구나. 옳은 얘기를 한다면 응원해 주어야 하는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얼핏 들은 얘긴데 김제동씨가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옳은 이야기 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난 김제동씨의 팬이니 그를 응원해 주는 것이 옳은것이겠지.) 헌법 설명을 들으며, <지금 다시 헌법>이라는 책이 예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너무 두껍고 어려울 것 같아 포기 했었던 생각이 나서 한번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전해 봐야지.

  단순 에세이지만, 너무 좋은 것들을 많이 얻어간 책이어서 기분이 좋다. 서평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가 도서 대출 예약을 했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그 분도 읽고 좋은 후기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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