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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북소리
휘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평점 :
가을이 오고, 찬바람이 불어오니 여름 내내 메말랐던 감성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싶었는데 책장에 감성을 채워줄 에세이라던지 소설이라던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던 도중 블로그에 책서평을 모집하는 글이 뜨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바로 시집을 읽는 것!
시는 고등학교 입시철에 읽었던 문학책 외에 내 손으로 사서 읽은 적이 없다.
(아... 윤동주 시인의 시집이 너무 사서 읽고 싶어 사긴 했는데... 사놓고 읽지 않았으므로...
읽은적 없는걸로....ㅋㅋ)
시는 나에게 잘 맞지 않는 분야였다.
감성이 극도로 응집 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감수성이 메말라 있는 일상에서 친해지기 어려웠고
시어에 함축된 의미를 파악하기엔... 비문학 전문인 나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가을하면 문학! 문학의 하이라이트는 시! 이기에 도전해 본 첫 시집.
책을 펼치자 마자
시집의 제목과 같은 시를 찾아 읽었다.
대표 타이틀로 <구름 북소리>라고 명명해 출간해 낸 시집이니까
대표 작품이겠거니, 하고 읽었다.
사실, 내가 문학작품의 숨겨진 비유나 은유나... 이런것을 잘 파악한다.
등장인물의 심성 등... 왠만한건 잘 파악하는 편이나
시는..... 10번을 읽었는데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작가를 파악하면 시의 내용들이 조금이라도 이해 되겠거니!! 해서
다음, 네이버 등등.. 휘수 작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ㅜㅜ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든다.........
휘수 작가의 시집을 읽으면서
시의 아름다움 보다 아쉬운 점이 더 많았다.
우선, 시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운율이 전혀 없었다.
그냥 페이스북에 끄적여 놓을 것들을 행만 나누어 '시'입니다. 라고 하는 것 같았다.
운율이 있는 시와 없는 시의 감동은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의 시들이 행과 문단을 운율대로 나눈 형태의 시가 아닌 산문으로 써져 있어
시를 읽는다기 보다는 휘수 작가님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읽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의 대상이 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아쉬움.
시가 원래 이렇게 모호한 것인가? 라는 궁금증에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명작 시 모음집을 꺼내 읽어봤는데
아무리 비유표현이 많더라도 명시하는 대상은 분명해서
어떤 주제로 시가 쓰여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휘수 작가의 시는 어렵구나. 라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도 휘수 작가의 시 중 가을의 감성을 채워주는 몇개의 시가 있었다.
그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시는 <말하자면, 가을>
시집에 실려있는 시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표현들을 사용한 시 같았다.
(지금 계절이 가을이라 더 공감 가는 이유도 있었다.)
말하자면, 가을
가을이 왔다는 건 20도 안팎 온도에 맞는 코트의 깃을 올리고 그리움보다
세 걸음 앞서 걷는 것이다 세 걸음 뒤에는 그리움이 따라오고 그 뒤에는
하체가 튼튼한 걱정과 시름이 쫓아오지만 가만가만 걸어보는 것이다
가을이 갔다는 건 10도 안팎 온도에 맞는 코트의 모자를 쓰고 먼저
달려가는 걱정과 시름 뒤를 따르는 숨 가쁜 그리움을 모른 척하는 것이다
다시 그리워하지 못한다 해도 미련 없다는 듯 씩씩하게 앞지르는 것이다
가을이란
정갈한 은행나무같이
빛나던 한때를 버려 더욱 애틋한
오래된 희망에게
따뜻한 안부를 묻는 것
말하자면, 가을이란
알게 모르게 그윽해지는
삶의 눈동자가 닮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