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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살인자에 의해 가족 모두가 희생된 주인공과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살인자의 딸, 그 둘은 다른 듯 같은 삶을 살아왔다. 숨막히듯 지나가는 이야기 속에 빠져 읽어내려갔다. 같은 고통을 겪고 살아가는 동갑내기 두 여자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있게 진행된다. 처음 소설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계기와 그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에 중점을두고 있지만 중반이 지날수록 사건이 일어난후 살아가는 두 여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초반에 느꼈던 긴장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약해져 가기는 하지만 이 책은 그 후 그녀들의 삶이 너무나도 궁금해지기에 쉽게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수학여행중이였던 가나코는 급한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향한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두동생이 얼굴을 알아볼수 없을정도로 일그러져 살해되었다. 아마 그곳에 있었다면 가나코 역시 같은 모습으로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살인자는 가나코의 아빠에게 원한을 품었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날 그녀의 집에 찾아 엄마를 살해했고 자신의 동생들을 죽였다. 아키바(가나코의 아빠)가 부인과 아들의 시체를 보고 놀라 비명을 질렀을때 살인자는 다시 아키바에게 쇠메를 내리쳤다.
혼자 살아남은 가나코는 8년이란 시간이 지나 대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사건을 잊을수가 없었다. 고모집에서 지내며 부모님과 동생들에 대한 보험금으로 살아가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가족들이 죽은후 가나코는 내내 강철과 같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살아올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살인을 했던 이유가 밝혀져 가면서 가나코는 자신에게 너무 좋은아빠였던 아키바가 사실은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움과 배신감을 느낀다.
가나코는 자신의 가족을 살인한 살인자에게도 동갑내기 딸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가해자 딸인 미호는 아버지의 살인죄로 인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오히려 가나코에 비해 더 힘겨운 삶을 살아왔음을 알게된다. 결국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미호 역시 큰 고통속에서 살아온 또 다른 피해자였던 것이다. 두 소녀들의 갈등과 용서, 화해가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며 긴장감을 멈출수 없었다. 다시 살아가기 위한 두 소녀들의 애달픈 노력들이 마음속 깊이 새겨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