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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책에 관해서 쇼핑중독자라고 밝히며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 책속의 이야기들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여운을 남긴다. 이제껏 1만권의 책을 사들이고 이미 구입한 책들을 미처 읽지 못했는데도 계속 사고 있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이 나와 다르지 않음에 위안을 느낀다.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보다 사들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점점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이 서재에 쌓여가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책들을 읽고 싶어 자꾸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그는 책을 읽을때도 한꺼번에 10여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내려가기도 하고 완독을 하지 않고 흥미를 잃으면 중간에 그만둔다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것은 그저 습관이고 책 읽는 습관에 사랑이 덧붙여지면 책은 말을 걸어온다. 그렇게 책읽기는 오락이고 영감이자 시간을 배우는 방법이 된다.
이 책속에는 그가 읽어왔던 책의 이야기들과 각각의 책들속에서 읽고 느꼈던 소중한 감성들이 담겨져있다. 굳이 어떠한 의미가 담겨있는지, 어떠한 지식을 얻을수 있는지에 대해 국한되지 않고 책속에서 다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시켜 다른 해석을 얻어보기도 한다. 이 책은 책과 함께 즐거움을 공유하는 이동진만의 해설집이라고 불러도 좋을듯 싶다.
77권의 책이야기와 그의 느낌과 감상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동안 책은 나에게 어떠한 존재였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한권의 책을 읽고 '다 읽었다'라는 생각보다 책을 통해 내가 느꼈던 점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좋은 책이란 " 너무나 흥미로워 한번 손에 들면 단숨에 끝까지 독파해버릴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프롤로그 中)"라는 그의 말처럼 책은 글자를 읽어내려가는 것과 더불어 다른 의미가 덧붙여져야하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 되면 아침이면 금새 잊혀질지도 모르는 많은 생각들에 뒤덮이기도 하고 고민과 걱정속에 의미도 모른채 책장을 넘기기도 한다. 그래도 한권의 책을 꺼내들고 의미도 모른채 읽어내려 갔던 책을 앞으로 넘겨 다시 읽더라도 책이 주는 감촉이나 느낌은 언제나 행복을 전해준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느낌처럼 행복함과 조용함을 선물해주는 책이었다. 조용하고 잔잔한 이야기들이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