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 -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전쟁, 재난, 그리고 생존의 기억
앤더슨 쿠퍼 지음, 채인택.중앙일보 국제부 옮김 / 고려원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엇일까. 우리는 매일 뉴스를 보면서 많은 사건, 사고들을 보고 간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일어난 일본 지진처럼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일이 벌어져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대지진과 쓰나미를 겪으면서도 누군가는 살게되었고 또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했다. 다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을 보며 망연자실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속에서는 지금도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며 죽음과 관련된 사고를 겪었을때 누가 살고, 누가 죽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책속에는 CNN 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지구에서 위험하고 참혹한 현장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역시 죽음을 눈앞에서 겪었던 순간도 있었고 쓰나미나 전쟁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앤더스 쿠퍼는 재벌가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유명한 디자이너이자 화가였으며 아버지는 작가였다. 앤더슨 쿠퍼의 아버지는 어머니 글러리아의 네번째 남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앤더스 쿠퍼가 열살때 세상을 떠났고 형과 함께 보냈던 유년기 시절들도 그때를 기점으로 모두 추억속으로 묻을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장례식후에 앤더스 쿠퍼와 형은 헤어졌고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수도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앤더스 쿠퍼는 스스로 살아남는 생존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로키산맥을 원정했으며 멕시코에서 카약에 도전했다. 앤더스 쿠퍼의 형은 감성적이었지만 영리했고 서로 청소년기를 잘보내고 나중에는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만날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형이 어머니의 아파트에 나타나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했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를 보냈고 형을 보냈다. 앤더스 쿠퍼는 내면에서 느끼는 고통을 가지고 이 세상에 살아 남아야만 했다.
2004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침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거부에서 거대한 힘이 폭팔했고 쓰나미가 발생했다. 참사의 현장은 잔혹했고 해변 마을의 주민들은 손으로 잔해조각을 치우고 원시적인 도구를 이용해 망가진 고기잡이배를 수리했다. 시신이 발견된 숫자는 35000명이였고 5000명은 실종상태였다. 앤더스 쿠퍼는 그곳에서 2주동안 방송을 했고 해변에서 기삿거리를 찾아해맸다. 잠시도 쉬지 않고 참혹한 현장속에서 기사를 쓰고 영상을 편집했다. 사고현장에는 많은 냄새들이 뒤섞였고 수색한곳마다 사체를 찾아냈다. 앤더스 쿠퍼는 처음 기자가 되었을때는 취재하는 시늉만 했을뿐 마음을 담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점차 시간이 지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나고 죽음의 현장을 가까이 할수록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라크 전쟁의 현장에 간 그는 방탄 조끼를 걸치고 사라예보 공항의 통로로 걸어나왔다. 저격수들의 표적이 되는 호텔에서 잠을 자야했고 바로 옆에서 총탄이 떨어졌다. 그는 그러한 상황속에서 여러나라, 분쟁이 있는 국가들을 다니며 취재를 했다. 시체로 변한 사람들의 모습을 수없이 봤고 더이상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쯤 대형 허리케인인 카트리나를 취재하기 위해 뉴올리언스로 가게 된다. 허리케인으로 12명이 숨졌고 앤더스 쿠퍼는 거대 허리케인 앞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은채로 취재를 했다.
죽음의 현장속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던 앤더스 쿠퍼는 '세상에는 많은 낭떠러지가 있고 우리는 아주 가느다란 끈을 붙잡고 그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다. 문제는 그 끈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잘 매달려 있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가 이야기 하는 죽음이란 살아있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속에서죽은사람들을 위해 슬퍼해주고 때로는 그 사람들을 삶을 기억하고 함께 영혼을 보듬어줘야 한다. 그의 불행한 가족사와 세상속에서 고통과 위험에 관한 이야기를 교차해 가며 읽어내려가는 동안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