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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며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 「백야행」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한 여자를 위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것을 바치는 애절함, 용서할수 없는 살인이라는 죄가 사랑앞에서는 안타까움으로 바뀌던 순간까지 비슷하게 이 책과 닮아 있었다. 작가는 결혼과 이혼, 도박, 약물중독등으로 사람들에 입에 오르내리는 삶을 살았다. 그런 그녀가 쓴 이 책속에도 이혼, 마약등의 소재가 등장하고 있다.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작품으로 너희에게 보여줄수 있다'라는 것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이 책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흔다섯살의 도로시 시모어는 시나리오 작가이다. 스물다섯 영화에 출연하며 여배우로서 성공의 삶을 거머쥐었지만 스물일곱살 그녀는 빈털터리의 이름없는 여자가 되어 고향 할리우드로 돌아왔다. 그후 자신이 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서 명성을 안겨다 주었고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도로시의 남자친구인 폴 브레드는 무척 잘생기고 멋진 남자였다. 그런 그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가던 도중 자동차 사고가 일어난다. 자동차는 길에 처박혔지만 갑자기 자신들의 앞에 미치광이 같은 루이스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이십대 중반인 청년에게 도로시는 묘한 매력을 느끼고 다리를 다친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어린아이같고 다정한 루이스에게 도로시도 서서히 마음이 끌린다. 그러던 어느날 도로시의 두번째 남편인 프랭크의 자살소식이 전해지고 힘들어하는 도로시를 루이스가 위로한다. ("그는 당신을 떠났어요. 그래서 벌 받은 거죠. 인생은 그런거예요."p50) 그저 따분한 이야기처럼 루이스는 흘려보낸다.
도로시는 루이스를 스튜디오에 가서 스크린 테스트를 받게하고 루이스는 영화배우로서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다. 루이스는 영화를 찍고 있을 무렵 볼튼이 지금의 조건보다 더 좋은 계약서를 내밀어 모든 계약을 무효화시킨다. 하지만 도로시는 제리볼튼에 대해 루이스에게 이야기하며 화를내고 다음날 제리볼튼은 살해된채 발견된다. 그리고 두번째 남편의 연인인 루엘라 슈림프도 도로시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사고로 죽게된다. 어느날 도로시는 세사람을 죽인 사람이 루이스임을 알게되지만 루이스는 도로시를 위해 그 사람들을 죽인것이라 이야기한다. ("도로시. 난 과거에 당신을 괴롭혔거나 현재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들만 죽여요. 아무나 죽인게 아니라고요."P115)
영화촬영 마지막 날 도로시에게 모욕하는 말을 하는 매클리를 루이스는 마지막으로 죽이기로 결정한다. 촬영용 소품 총에 공포탄이 아닌 실탄을 장전해 그를 죽이고 모든 살인 사건들은 완전범죄로 묻혀진다. 도로시는 폴과 결혼을 하고 여행에서 돌아온후 그사이 루이스도 촉망받는 스타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좋은 집과 많은 사람들을 뒤로한채 폴, 도로시를 따라 나선다.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줘요. 나를 데려다줘요. 도로시. 난 여기 있기 싫어요."p183)
이 책은 살인사건들이 등장하지만 결코 무섭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다. 루이스의 범죄 역시 완전범죄로 끝날뿐이다. 얼핏보면 자극적인 이 소재들이,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작가를 통해 색다른 표현으로 이 책에 담겨졌다는 것이 맞는말일듯 하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은 심리묘사에 있어서는 다른 누구와 비교할수 없을만큼 세련되고 섬세하다. 『마음의 파수꾼』역시 단순한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사건의 진행을 따라가며 작가의 필체와 감성을 마음껏 느껴볼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