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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갔던 어린시절, 초등학생일때 친구들과 함께 놀던 기억들, 그리고 한번도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들도 혼란스럽게 얽혀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실제 경험했던 일 일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기억이라는것은 머릿속 깊숙이에서 어느순간 떠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10편의 단편이 담겨져 있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의 일어난 일에 대한 거부로 '내가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도 한다. 하지만 달라지는건 없다. 자신의 상상속에서 기억들을 바꾸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그대로이다. 마음먹은대로 변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살면서 우리는 매일 매일 선택의 고민에서 살아간다. 예를 들어 내가 절실히 하고 싶은일과 할수 있는 일이 있다고 가정했을때 할수 있는 일은 내가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보수가 높고 절실히 하고 싶은 일이지만 보수가 적다면 그 가운데서 돈일지, 일일지에 대해 고민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막상 선택했다 하더라도 내가 선택한것이 옳은것인지 아닌것인지는 정확히 얘기할수 없다. 나머지 선택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자신도 모른다. 이 픽션의 이야기들은 쉬운듯 잘 읽혀지지만 읽었다라고 단순히 끝낼수 있도록 우리를 나두지 않는다. 친구가 죽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계속 다른 꿈을 꾼다. 어느날은 자신이 친구를 죽인것같은 꿈을, 어느날은 친구가 아닌 자신이 대신 죽는 꿈을 꾼다.「구멍」 그때 친구를 죽게 놔둔 것 같아 과거의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다른 꿈들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한다.
교환학생인 아술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와 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아술은 라몬이라는 동성연인이 있지만 그둘의 관계로 얼마가지 않는다. 파티를 연 날밤 아술이 피를 흘린채 쓰러졌다.「아술」 아이의 양아버지는 아술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이해하려고 했고 다 맞추어 주려고 했다. 아이가 자신을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자신은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을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았고 자신은 더욱 노력하고 있는데 마치 아술은 더욱 멀어지는거 같았다. 파티에서 쓰러진 아술이 병원으로 실려가고 나자 자신의 지나간 행동들에 직면하게 된다.
교수인 로버트와 제자인 헤더는 그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이라 느꼈다. 헤더에게는 콜린이라는 남자친구도 있었다. 어느날 오래된 주점에서 헤더는 로버트의 손을 잡았고 무심히 고개를 돌려본곳에 콜린이 있었다. 헤더는 콜린과 모든것이 끝날까봐 겁이 났고 로버트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헤더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뻔한 결혼 생활을 하는 중이었고 그러던 어느날 로버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문득 로버트를 생각하며 헤더는 다른 한쪽에 저장되어있는 회상을 하게된다. 로버트와 함께하는 상상, 하지만 결국 로버트를 떠나야한다는 것도 안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죄책감일지도 모르는 그 감정들은 헤더의 생각을 현실과 다른 방향으로 몰아넣는다.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 그리고 상처와 실망도 영원히 영향을 미친다. 자신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런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들이 또 다른 허구를 만들어낸다. 장황하지 않고 어렵지 않은 이 글은 감정의 관해 담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 속에서 아파하는 사람들, 그속에서 느끼는 사람의 감정들은 책을 읽는 독자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마음으로 잊혀지지 않는 열개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울린채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