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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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어떤 공간이며 계속 걸으면 다다르는 길이다. 그러니 찾아오고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p87)

결코 쉽게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불행하고 쓸쓸하고 어두움이 가득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벽을 만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그 순간과 닮았다. 막다른 골목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박한 심정, 벗어날 수 없는 무게감을 가지고 그들은 그렇게 현실을 살아간다.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적어도 두 번》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인터섹스로 살아가며 남자가 될지 여자가 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는 도림의 이야기<호르몬을 춰줘요> 시각 장애인인 이테에 대한 성추행을 변명하듯 그려지는 이야기<적어도 두 번> 집안을 말아먹을 사주를 가지고 태어난 '나'는 우연히 레즈비언 사주팔자를 보게 되며 레사를 만난다<물질계> 해연의 절대적인 친구였던 미아가 비행기 사고로 죽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모여 있는 녹색 점>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나'의 집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옆집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에콜> 어머니의 죽음 이후 엄마의 삶을 떠올리는 세방의 이야기<스프링클러> 경찰이 된 중경은 잔인한 죄를 저지른 후 수감되어 있는 사촌동생 홍이를 만나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홍이>

편안하게 문제없이 살아가는 듯 보이는 일상들도 낱낱이 들여다보면 각자의 고민과 힘들었던 과거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면을 들여다보듯 때때로 서늘해지고 쓸쓸해졌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만들고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며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간다. 작가가 말하고 싶어 했던 것들을 온전히 다 이해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무거운 여운들은 '김멜라'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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