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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ㅣ Art & Classic 시리즈
진 웹스터 지음, 수빈 그림, 성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평점 :
-세상은 수많은 것들로 넘쳐나니
우리 모두 왕처럼 행복해야 마땅하다.(p203)
-사람들은 대부분 삶을 살지 않아요. 그저 경주할 뿐이죠. 저 멀리 지평선에 놓인 결승점에 도달하려고 온 힘을 짜내서 달려가기만 해요. 냅다 달리는 데만 열중하니까 숨이 가쁘고 헐떡거려서 주변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모두 놓치고 말아요.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 거죠. 자기가 다 늙고 지쳤다는 사실을요. 또 결승점에 도달하고 도달하지 못하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도요. 저는 길가에 앉아서 작은 행복을 많이 쌓기로 마음먹었어요.(p236)
어린 시절 즐겁게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를 다시 읽는 느낌이 새롭다. 주디가 이렇게나 맑고 순수했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던 소녀였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언급하는 《제인 에어》의 제인의 모습과 주디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나뿐일까.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실패를 겪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두 사람의 삶이 비슷하게 닮아있다.
제루샤는 고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녀로 가장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아원의 일을 모두 떠맡아 했다. 후원 재단 이사가 고아원에 방문한 이후 제루샤는 대학교 학비와 용돈을 후원 받게 된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후원에 대한 보답으로 매달 편지를 써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제루샤는 대학생활과 자신의 기분을 담은 편지를 키다리 아저씨 스미스씨에게 보내기 시작한다. 즐거웠던 일이나 친구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던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은 이야기들을 편지에 담는다.
때로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움이 가득 묻어나는 주디의 편지는 읽는 독자들도 기분 좋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현대적 일러스트와 함께 담겨 있어 연애편지를 보는 달달한 기분과 함께 주디의 매력적인 성격이나 표정, 기분들이 생동감 있게 전해진다. 그립고 아련해지는 주디의 기숙사에 쌓인 책들과 창밖 풍경들.
《키다리 아저씨》는 키다리 아저씨에게서 점차 독립하며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주디의 성장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키다리 아저씨가 누군인지 드러나는 결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다행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이 반전이 소설에서는 빠지면 안 되는 중요 포인트이기에 결말의 이야기는 잠시 내려놓는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주인공 주디의 성장 이야기이자 사랑 이야기인 《키다리 아저씨》를 통해 어린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기분좋게 책에 담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