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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니까.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p75)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해 아무런 의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믿음은 의심의 부재가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한 의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p107)
-우리는 진실에 편향돼 있다. 결국엔 좋은 것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는 미심쩍은 부분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우리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정직하다고 가정한다.(p212)
《아웃라이어》를 통해 만났던 말콤 글래드웰, 그의 이야기는 확고하고 명확했기에 이번 책도 기대가 됐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친다. 우리는 그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행동을 보며 예측하고 판단을 내린다. 이 책은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동안 믿고 있던 자신의 판단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샌드라 블랜드는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잡혔고 그들은 실랑이를 벌였다. 사소한 갈등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샌드라 블랜드의 자살로 끝이 났다. 경찰관이 상대방의 감정에 무관심한 채 원칙과 형식대로 진행되었던 이 사건은 비극적인 결말을 만들었다. 브록 터너는 파티에서 에밀리 도를 만났고 그들은 둘 다 취한 상태였다. 브록 터너는 에밀리 도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오해했고 에밀리 도 역시 과한 술 때문에 블랙아웃이 되었다. 그들은 서로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브록 터너는 성폭력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타인의 해석》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평소에 타인을 파악하는데 잘못된 전략을 사용해왔음을 밝혀낸다. 낯선 사람들을 보고 곧바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 것인지를 예측하고 판단한다. 이 책의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그들의 말을 잘못 해석해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왜곡하기도 때로는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럴 리 없다'라고 단언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는 우리의 생각은 틀렸다.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판단을 과신하지 말고 우리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서 비교적 두꺼운 책임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는 결코 타인에 대해 모두 알 수 없으며 그들 역시 우리를 전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책은 그 불가능을 인정한다. 우리는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 수 밖에 없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잘 안다고, 다 이해했다고 착각하지 말고 그들에게 말을 걸때는 최대한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