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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ㅣ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인생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삶에 대한 기대를 품는다. 그 마음의 일부가 어디에 가닿을지는 모를 일인데도 말이다. 어쩌면 삶은 기대와 불안이 만든 하모니의 연속일 것이다.(p234)
-꿈을 꽉 붙들라
꿈이 죽으면
삶은 날 수 없는
날개 부러진 새가 되기 때문이다.
꿈을 꽉 붙들라.
꿈이 사라지며
삶은 눈이 얼어붙은
황량한 들판이 되기 때문이다.(p243)
시는 늘 재밌고 즐겁다기보다는 따분하고 어렵다는 느낌이었다.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쉽지 안 않던 시간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두 편씩 마음에 와닿는 시들이 늘어간다. 《내가 사랑한 시옷들》은 함축된 말들 속에서 느리고 조용하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무성한 밀림처럼 우거진 말과 글 속에서 헤매다 어둠에 파묻힌 상아를 만나는 일이라 말한다. 즉, 알 수 없는 길을 헤매며 길을 찾아 걸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사랑, 존재, 삶을 표현하고 있는 시, 시에 담긴 의미와 저자의 생각들을 따라가며 우리도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선다.
사랑하지만 자신을 상대가 원하는 방식에 맞출 수 없기에 그와 함께 하기를 포기한 에밀리 디킨슨의 늘 사랑했다는(THAT I Did Always Love),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과 고통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는 린다 파스탄의 슬픔의 다섯 단계(The Five Stages of Grief), 삶에서 멈춰야 할 때를 이야기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누구든 돌아오시라(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등의 시들과 저자의 시에 대한 해석들은 우리가 조금은 더 시의 의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 우리 옆에는 말과 글이 넘쳐나고 어느 글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다. 늘 시끄럽고 적막한 순간 없이 살아가는 글과 말은 타인의 마음에 가서 닿는 힘이 미약하다. 시는 각자의 마음과 눈으로 의미들을 조용히 찾아가게 한다. '넘치지 않아서 좋다'라는 말은 시와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시가 쉽지만은 않다. 넘쳐나는 글들이 당연한 듯,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읽고 말해왔던 건 아닌가 싶다. 시들을 배워가며 의미 있고 생산적인 말과 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