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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ㅣ 새움 세계문학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평점 :
-책 같은 건 집어 올 수 있을 만큼 집어 와도 상관없어요.(p125)
- 인생의 목적은 말이 아니라 실행에 있다. 자기 생각대로 착착 일이 진척되면, 그것으로 인생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고생과 걱정과 언쟁 없이 일이 진척되면 인생의 목적은 극락의 방식으로 달성된 것이다.(p233)
-그들 중 어떤 자는 나를 보고 때때로 속 편하고 좋겠다고 하지만, 속 편하고 좋아 보이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렇게 좀스럽게 굴라고 누구도 부탁한 것은 아니니까. 스스로 마음대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일을 만들고 힘들다, 힘들다 하는 것은 스스로 불을 이글이글 지피고 더워, 더워 하는 것과 같다.(p286)
주인공 고양이는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배고픔과 추위를 참을 수 없어서 찾아간 집을 거처로 삼았다. 어딜 가도 거절당하고 상대해 주는 인간들이 없었다. 큰 사건들은 일어나지 않지만 교사인 주인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쏟아낸다. 오락가락하는 엉터리 이야기들을 내뱉는 메이테이, 목매달기의 역학이라는 이상한 주제의 논문을 쓰고 있는 간게쓰, 간게쓰를 사위로 삼기 위해 노력하는 가네다와 같은 인물들은 때로는 억지스럽고 고집스럽지만 웃음이 날 만큼 엉뚱하다.
가네다 부부는 돈으로 사람을 사서 구샤미 선생을 괴롭히지만 그렇다고 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가장 큰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결혼 이야기는 너무나 예상치 못하게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주인공 고양이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비록 고양이여서 사람처럼 말할 수 없지만 사람처럼 식견을 가지고 사건들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한다. 인간 세상을 바라보고 관찰하며 때로는 인간들의 모습을 비웃는다.
책의 이야기는 중요한 스토리 없이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을 위주로 전개된다. 풍자와 해학을 담은 고양이의 세상과 인간 관찰 이야기는 웃음이 난다. 위궤양으로 죽은 나쓰메 소세키 처럼 주인공 구샤미 선생 역시 신경성 위장병을 앓고 있다는 것, 교사라는 직업은 나쓰메 소세키의 실제 삶과도 일치한다.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읽는 동안 지치지 않는다. 고양이의 눈에 비치는 인간의 모습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서글프다.
무사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밑바닥을 두드려 보면, 어쩐지 슬픈 소리가 난다.(p661)는 이름 없는 고양이의 말처럼 세상은 아름다운 그림처럼 그렇게 멋지지 않다. 다들 비슷 비슷한 고민과 걱정거리들을 안고 살아간다. 고양이의 눈으로 보자면 인간도 참 별거 없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쓰메 소세키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 책의 소재는 신선하고 내용은 유쾌하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