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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 인에이블러의 고백
앤절린 밀러 지음, 이미애 옮김 / 윌북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은 흘러가는 강에 종종 비유되곤 하는데, 그 물길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화하는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아가기도 하고, 굽은 곳을 돌기도 하며 필요에 따라 좁아졌다가 가능할 때는 넓어지기도 하면서,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늘 변화하는 항로를 따라 돌진한다. 하지만 물결이 밀려왔다 쓸려가듯 인생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데도, 친숙한 것에 너무나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인생은 고여 있는 연못 같다는 비유가 더 적합하다.(p126)
우리는 가족, 부모, 친구를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도와주고 배려하고 희생하며 살아간다. 내가 하는 희생과 배려가 그들을 위한 사랑의 표현이며, 때로는 일방적일지라도 내가 보내는 사랑은 아름답다라고 위로한다. 하지만 이런 사랑에도 이면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어둠과 슬픔들은 상대를 괴롭히고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심리학 학위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상적인 엄마가 되어야 했고 그렇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 생활 동안 우울장애를 앓았고 큰 아들 존은 불안 정동 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저자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직면하며 스스로가 가족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회상한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다 받아주었고 잡다한 일들도 대신해주었으며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은 미리 알아서 해결해주었다. 남편과 아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그녀는 가족을 보는 방식을 바꾸었다. 더 이상 그들의 보호자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기를 바랐다.(p78)는 저자의 말처럼 그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사람이 되기위해 삶을 조절했고 만족감을 느꼈다. 아이를 키우며 어디까지가 나의 영역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일들이 늘어난다. 조금은 미흡해 보이지만 스스로 할 수 있게 내버려 뒀던 일들도 생각났다.
가족이나 아이, 각자가 걷는 길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손을 잡고 앞서나가며 장애물은 다 없애려고 노력하지는 말자. 인에이블러 엄마의 솔직하고 가슴 쓰린 고백들은 스스로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