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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죽음 - 전2권
김진명 지음 / 대산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小說]
작자가 자기의 눈을 통해 본 현실적 인생을 구성적(構成的)으로 서술한 창조적 이야기.
굳이 소설의 사전적 의미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소설이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 된 허구의 이야기라는 것은 유치원생 정도만 되어도 다 안다.
수년 전에 후배와의 대화중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후배의 박정희에 대한 얘기는 오로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묘사 된 박정희의 모습과 경부고속도로 얘기 뿐 이었다. 물론 얘기의 끝에는 ‘난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다.’도 빼놓지 않았다.
후배의 박정희는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박정희였던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흔하게 빠져 버리는 오류다. 당연히 허구의 이야기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속의 묘사나 상황을 사실이라 믿어 버리는 것이다.
김진명씨의 책은 어쩌면 어려운 역사책보다 더 쉽고 편한 방법으로 읽는 이의 판단을 도왔다. 그리고 어쩌면 곡해했다.
첫 소설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으며 김진명씨는 일약 스타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그가 내놓는 책들은 그 아이템의 이슈성과 강력한 민족주의적 메시지 덕분에 매번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서 보면 김진명씨의 책은 출판 된 지 한 두 달 만에 너덜거리기 일쑤였다. 그만큼 학생들부터 일반인까지 두루 읽히는 책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번 ‘신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첨예한 북의 미사일정국 속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의 소설을 내놓은 것이다. 동북공정을 파헤치는 글은 ‘살수’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하지만 아쉽다. 뭐 내용의 비약과 결말의 허술함이야 둘째 치더라도 개인적으론 김진명씨의 일관성 없음에 적잖이 실망했다.
이른 바 작가라 하면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유야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기에 언제든 변화, 발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까지 재단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나의 후배를 비롯하여 꽤 많은 이들이 김진명씨의 해석을 자신의 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물론 제 주위에 국한 된 주관적 판단입니다.) 물론 후배가 무비판적으로 김진명씨의 주장을 수용했다고 생각지는 않으나, 자신의 박정희 존경론에 대한 근거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그렇게 나왔더라고 주장하는 후배를 볼 때 적어도 소설에 나타 난 내용에 대해 큰 비판적사고 없이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작가에게 철학적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함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작에서는 민족공조의 내용을 중심으로 외세에 대항하는 내용이 실렸다면, 이번에는 언 한쪽을 이데올로기의 낙오자로 묘사하는가 하면, 민족의 범주를 남에만 국한시키기도 하고 북을 더불어 표현하기도 하며, 전작에서는 미국을 민족의 이익에 가장 위배되는 국가로 묘사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반미가 판치는(?) 현실에 통탄을 금치 못하기도 한다.
격하게 말해 책 팔아먹으려고 시류에 따라 이 장단에도 춤을 추고, 저 장단에도 춤추는 듯 해 보인다.
김진명씨에게 민족이라는 개념은 과연 무엇일까? 그에게 있어 분단은 어떤 의미일까? 그에게 있어 애국심이란 무엇일까?
그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국가적으로도 민족적으로도 아주 첨예하고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너무도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그러하기에 아무리 작가적 상상력을 바탕에 둔 소설이라 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 갈 데에는(더군다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더 깊이 있는 성찰과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해서 모두 이야기하고, 쓰고 싶은 글이 있다고 해서 모두 써낸다면 그것은 창작이나 표현이 아니라 배설이다.
작년에 평양을 방문했을 때 저희를 안내해 주시던 김일성 종합대학의 교수이신 안내원 선생님 한 분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대해 물어 오셨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북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한다.) 남과 북이 함께 힘을 합쳐 민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아주 좋은 내용의 책 같다며 그 안내원선생님은 김진명씨에 대해 이렇게 평 하셨다. (정확한 내용은 아니고 이런 맥락으로 얘기하셨던 것 같다.)
'외세에 의해 남과 북이 서로 원치 않게 적대하고 있는 중에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은다는 것은 북에선 이미 하나의 지향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남측에선 아직도 민족공조에 대한 거
부감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김진명 선생 같은 작가가 많이 나와서 남과 북이 힘을 합치는 민족공조의 가치가 더욱 발양 되었으면 한다.'
김진명씨가 소설에서 주로 다루는 민족이라는 주제는 분단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주제이다. 그러하기에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부디 민족에 대한 일관되고, 깊이 있는 해석이 더해진 작품을 만나길 기대 해 본다. 이번 ‘신의 죽음’처럼 나의 여섯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