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물리학
로버트 어데어 지음, 장석봉 옮김 / 한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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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야구의 물리학 - ‘지금 당신은 몇 루에 있습니까?’

로버트 어데어


‘야구’ 

내 꿈은 고교야구선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산이 바뀔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내 꿈은 여전히 고교야구 선수다. 불가능을 꿈꾸고 있다. 그만큼 야구는 매력적인 스포츠다.


‘물리학’

학창시절 나는 수식이 나오는 과목들은 무조건 패스했다. 수능을 치르기 일주일 전. 옆자리의 친구에게 ‘∫’이 뭐냐고 물을 정도였다. 수학과 물리는 내게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게 하는 학문이었다.


거의 극과극의 호불호를 주는 두 가지 주제들을 가지고 쓴 ‘야구의 물리학’은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의 회장의 부탁을 받아 야구를 정량적 형태로 정립해 보겠다는 저자의 취지는 나의 물리학적 지식으로 모두 이해하기엔 벅찬 수준이었다.

시작부터 ‘마구누스 힘’, ‘레이놀즈 계수’같은 생소한 설명으로 잔뜩 주눅이 들게 하더니, 중간중간 등장하는 해석불가인 수식들은 나를 좌절의 수준으로 이끌었다. 2장까지(46쪽까지가 2장이다.) 최대한 이해하면서 읽어가는 데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 보고 각장의 마지막마다 분포되어 있는 Technical Notes의 수식들은 연습장에 끄적거려 가며 이해하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허나 노력은 거기까지. 나는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

‘그 많은 변수들을 모두 무시한 채 제한적인 조건들만 가지고 분석했으니 오차는 엄청날 거야. 이승엽이 물리를 잘 해서 홈런을 많이 치겠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넘어가자. 그게 정신건강에 편하겠다.’

이 결단 이후에야 나는 자유로워졌다.

버겁기만 하던 책은 야구에 관해 새로운 부분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박찬호선수가 전성기 때 구사하던 라이징 패스트볼은 마그누스의 힘이 작용한 결과이고, ‘새미 소사’스캔들이라고 불리던 코르크마개 배트는 타구의 비거리를 늘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맞는 순간 홈런인줄 알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공이 ‘스위트 스팟(sweet spot)’에 맞았기 때문이며, 메이저리그에 퍼져 있던 왼손을 쓰는 선수들의 수명이 오른손을 쓰는 선수보다 짧다는 속설이 틀렸음을 알려 주기도 한다.


‘야구의 물리학’은 나처럼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사람들에겐 좀 버거운 책일 수도 있지만,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에 담긴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알아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물론 골치 아픈 수식들은 패스하는 과감함도 함께 추천한다.




흔히 불가(佛家)에선 인간사의 모든 번뇌를 108번뇌라고 표현한다.

야구공의 실밥 수는 108개다. 참으로 묘한 우연이다. 그 작은 야구공 안에 삶의 108번뇌가 담겨있다고 우리 ‘야구인’들은 말한다. 그래서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삶이란 죽음으로 돌아가는 일이라 했다. 야구도 결국은 홈에서 홈으로 돌아가기 위해 치고, 달리고, 던지는 스포츠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쯤을 달리고 있을까? 아마도 1루 베이스를 지나 2루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홈까지 들어오기 위해선 다른 타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뛰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어쩌면 홈까지 들어오기 전에 아웃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최선을 다해서 ‘홈’을 향해 전력질주 할 것이다.



자. 지금 당신은 몇 루에 있습니까?



'미국 물리학회지'의 오랜 편집위원인 로버트 로머 교수는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저명한 물리학자에 대해 내게 얘기 해 주었다. “내게 아주 흥미를 가지고 있는 미해결 문제가 두개 있습니다. 첫 번째 것은 통일장 이론(우주의 기본적인 구조와 형성을 설명한다)이고, 두 번째 것은 야구공이 왜 휘는 가입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첫째는 해결되리라 믿고 있지만, 두 번째 것에 대해서는 절망적입니다” (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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