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열정 질투 - 사랑을 움직이는 질투의 심리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상원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세상 사람의 절반이상이 삐삐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 나는 한창 목하열애 중이었다.

그는 내게 자신은 내게 아무 것도 숨기고 싶지 않다며 삐삐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나는 그에게 짐짓 태연하게 ‘그런 것 몰라도 된다. 그건 숨기는 게 아니라 너만의 것이니 그런 것까지 함께 공유할 필요는 없다.’라고 얘기했지만 실은 하루건너 한 번씩 그의 음성사서함에 들어있는 메시지를 몰래 확인하곤 했다. 그의 음성사서함에는 술에 취해 그에게 ‘보고 싶다... .’를 자동반복 재생하는 남자의 목소리와 ‘제발 전화 좀 해줘... .’라고 갈구하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녹음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쿨(?)하게 그들의 목소리는 들은 적 없는 듯이 행동했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은 꽤나 복잡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흔히들 심리학적으로는 질투를 불필요하고, 비합리적이며 미성숙한 인간의 감정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나아가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시각에서 질투를 인류의 생존과 번식, 번영에 기반 한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배우자간에 발생하는 혼외정사를 중심으로 한 질투에 초점을 맞춰 쓰여 졌기에 읽기에 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질투라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과학적 해석을 기대했다면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는 책이다.

하지만 한국,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등 세계 각국의 연구에서 모아 온 방대한 데이터와 구체적 사례들을 중심으로 쓰여 졌기에 처음 접해보는 진화심리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도 큰 어려움 없이 가까워지게 된다.


질투, 미련, 후회... 이런 감정들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쓸모없는 감정의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질투는 왜 일어날까? 질투하지 않는 인간은 과연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문단을 소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할까 한다.


‘어째서 사랑은 이렇게 보편적인 감정일까?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식욕을 떨어뜨리며, 사랑외이 모든 것을 밀쳐내고, 집착 증세를 가져오는 이 감정 말이다. 왜 우리 모두는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될까? 가장 그럴듯한 대답은 헌신과 유기 등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랑이 진화되었다는 이론이다. 짝짓기 시장을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면 지구상 어딘가에 당신보다 더 좋은 짝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더 똑똑하고 더 유머 감각이 있으며 의지할만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수십 억 인구 가운데 왜 없겠는가? 그렇게 되면 관계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짝이 당신보다 더 가치가 높은 사람을 만나 가 버릴 가능성이 늘 존재 하는 것이다.

버림받는다면 그 비용이 너무도 크다. 짝을 찾고 교체하는 데 들인 노력을 모두 잃어버릴 위험에 처한다. 짝을 찾기 이전의 불안하고 지루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다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안다. 따라서 짝이 변함없이 헌신할 것이고 새로 매력적인 사람이 마을에 등장하더라도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관계를 만들 이유가 없다.

헌신과 유기위험이 문제라면 사랑이 그 해결책이다. 사랑은 이성을 압도하는 열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짝이 나만을 볼 것이고 나도 최소한 짝에게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p. 334~335 中에서)




책의 내용들이 아직 미혼인 나에게 가슴에 쩌릿하게 와 닿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생각은 ‘나도 과연 저렇게 될까...?’ 라는 원초적인 질문이었다. 그도... 혹은 나도... ... 언젠가는 사랑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꼭 그나 나를 향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이 나에게 질투를 불러올지도 모를 것이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중에 내가 여기에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의 묘비에 ‘한 사람만을 사랑하길 정말 잘했어... .’라고 쓰여 지고 싶다는 소망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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