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박연준 외 지음 / 읻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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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 센스는 언제나! 역시나! 소설(小雪)의 계절에 찾아온 온기 나는 간식과 여섯 편의 이야기, 《겨울 간식집》
참여 간식은 뱅쇼, 귤, 다코야키, 만두, 호떡, 유자차랍니다. 환하고 묵묵한 날 입김을 호호 불며 먹기 딱 좋고 읽기는 더 좋다. 여섯 가지의 테마로 이루어진 소설을 하나씩 맛보다 보면 어느새 따뜻하게 덥혀진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각 소설의 끝에는 이 계절을 잘 지내는 여섯 작가만의 방법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출판사 책 소개 中) 내내 미지근하다 갑자기 매서운 추위로 성을 내는 올해 겨울! 부록의 힘을 빌려 만끽해 보도록 하자.

가장 먹고 싶어졌던 겨울 간식은 다코야키!
정용준 작가의 <겨울 기도> 속 신경이 만든 다코야키를 꼭 먹어보고 싶다. 아픈 무릎을 이끌고 딸을 보기 위해 멀리서 문어까지 싸 들고 올라오는 엄마의 마음과, 그런 엄마에게 잔뜩 신경질을 내고는 밤새 그 문어로 다코야키를 만들어 엄마의 병원을 찾아가는 딸의 마음. 그 두 마음의 모양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요상했다. “흥분하고, 좌절하고, 자기애로 충만했다가 곧바로 자괴감으로 무너지는 몸과 마음”의 스무 살이었던 때가 떠올라 괜히 위로받기도 했고. 이야기 속 화자가 바뀌는데도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지는 것도 인상 깊었다. 뭉친 눈덩이 같은 다코야키가 소설 속 이들, 읽는 이들의 마음까지 동그랗게 말아준 것만 같다.

올해가 딱 일주일 남았다. 김지연 작가의 <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속 숙모의 말처럼, 남은 겨울과 다가올 계절들 속에서 '사는 게 너무 달다'라고 맘껏 말할 수 있길 꿈꾸어본다. 아마도 어려울 테지만. 부디 낮은 당도를 살아가더라도 맘껏 음미할 수는 있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책속의한줄🔖

(12p.) "여러분, 시를 써서 뭐 하나요. 시 같은 건 쓰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사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시작해 수업 막바지에는 "전부를 거세요. 다리 한 쪽, 발가락 다섯 개 말고 전부를, 종이에 깨소금 뿌리듯 시 쓰려 하지 말고, 세상을 비추려고 온 태양처럼 열렬하게 쓰세요. 쏟아지세요!"

(21p.) 타인은 아름다워. 그날 나는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 아름다울 때, 그 감정은 진짜다. 나를 제대로 속일 수 있다.

(45p.) 독서를 할 때 문장에 줄을 치는 것은 책 속에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 것 같다. 그러다 그 문장을 내 노트에 내 글씨체로 옮겨 적으면 필름을 인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25p.) 영혜는 나를 선명한 존재로 느끼게 했다.

(138p.) "이소라가 <제발>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울었어. 세 번의 시도 끝에 울지 않고 노래를 끝까지 부를 수 있었어. 울 때마다 사람들이 손뼉을 쳤고 엄마도 그걸 보면서 울었어. 응원이랍시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소름 끼친다고."

(146p.) 그 순간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나와 할머니의 삶에 희민이 끼어들어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줄도 모른 채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불을 대로 불어버린 못난 물병 나무처럼 희민의 사랑을 갈급해한다. 그것이 희민의 삶에 몹시 치명적일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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