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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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씨네 21>의 이다혜, 이주현 기자가 쓴 글이다. 모든 사람의 존엄, 자유, 평등, 연대가 보장되는 인권 사회 실현을 위해 2001년 11월 출범한 국가 인권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는 입법, 사법, 행정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기구로서 인권 보호 및 향상에 관한 모든 일을 다루고 있다. 2002년부터 인권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오고 있으며, 20년이 훌쩍 넘는 오늘까지 다양한 인권 이슈를 다룬 영화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중 이 책에는 지난 10년간의 한국 사회 인권의 풍경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리는 열 편의 인권영화를 통해 우리 안의 얼굴들을 만난다. (출판사 책소개 中)

이옥섭 감독의 <메기>는 데이트폭력과 청년실업을,
최익환 감독의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청소년 인권을,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은 청(소)년의 꿈과 좌절을,
신아가·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은 노인과 아동 차별을,
정지우 감독의 <4등>은 엘리트 스포츠 교육과 청소년 인권을,
오멸 감독의 <하늘의 황금마차>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이광국 감독의 <소주와 아이스크림>은 무연고 고독사를,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은 신념과 병역거부를,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가난과 장애를,
신연식 감독의 <과대망상자(들)>은 감시사회 속 개인의 불안과 인권을 말한다.
열 편의 영화가 말하는 각각의 문제들은 전부 여전히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이다.

언제나 무능한 독자로서 이렇게 훌륭한 이들이 먼저 소리 내어 주는 것에 그저 감사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아주 멀리 있는 이들에게까지 닿는 일이 지금보다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의문을 갖지 않던 일들에 한 번 물음표를 띄워주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이니까. 꾸준히 세상이 망해간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질문하는 이들만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빠르게 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나도 함께 질문을 던지는 편에 서야지.



#책속의한줄🔖 (과 마음 더하기)

(16p.) 사랑스러움을 이유로 무르지 않고, 매섭다는 이유로 상처 주지 않는
이옥섭 감독의 2018년 작 <메기>는 사랑스러운 동시에 매서운 영화다. 사랑스러움을 이유로 무르지 않고, 매섭다는 이유로 상처 주지 않는다. 그 미묘한 줄타기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이옥섭 감독의 스타일이다.

(22p.) 하지만 이런 사건이 아니라면 희망을 닮은 그 무엇도 구경하기가 힘들다.

(23p.) 현실을 이야기하는 진지함은 그대로인데 이야기하는 방식은 엉뚱하고 발랄하다. 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한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라는 말을 비틀어보면, "유머는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정도로 말할 수 있는 영화가 <메기>다.
🏷️ 이어서 '형식이 분노가 아닐지언정, 윤영은 그 누구보다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참 마음에 들었다. 유독 스스로가 답답하다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이유가 모든 말이나 행위의 형식을 너무 중요시 여겼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윤영처럼 형식이 다르더래도 그 성질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40p.) 그는 사랑과 혁명을 나란히 언급하며 '사랑의 현재적 혁명성'을 얘기했다. "혁명을 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동안 혁명의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 이거 너무 설레는.. 문장 아닌가요?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의 지수와 친구들처럼 지금 당장 맘껏 사랑하고 맘껏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으면 좋겠는데. 카르페디엠! 오늘을 살아라! 아무리 외쳐봐야, 당장 떡볶이도 먹지 못하는 학생으로 자란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된다면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지금의.. 나처럼?...)

(76p.) "과도하게 자기를 몰아붙이는 게 당연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갖는 피로감을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들에게 손을 적절한 때 내밀었나? 하는 죄책감을 다 같이 느낄 수밖에 없어요." <힘을 낼 시간>은 그렇게 뒤에 남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영화다.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가 발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113p.) "스포츠의 성과가 오랜 시간 최고 강도의 훈련을 감내한 선수만이 누리는 특권으로 인식되면서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호는 '운동을 모르는 소리'로 치부된 것이다 (...)"
🏷️ 동생이 오랜 시간 운동을 했어서 더 깊게 와닿았다. 여전히 스포츠뿐 아니라 예체능계열의 많은 일들이 버틸 수 없을만한 일들을 기어코 버텨내야만 이루어지는 성과, 로 인식되는 것 같다. 정말 해결될 수 있는 일일까? 적어도 사는 동안, 아주 작은 변화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129p.) 그들이 도달하려는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은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 내가 도달하려는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134p.) "존엄사가 처음 합법화됐을 때 반대자들은 가난한 사람이 일찍 죽도록 떠밀릴 것을 걱정했지만, 그와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유한 환자가 원하는 죽음에 먼저 도달하고 가난한 사람은 원하지 않아도 더 살아야 했다" -<죽음의 격, 케이티 엥겔하트, 2019>

(143p.) "원망하지 않기. 원망하지 않기. 포기하지 않기. 대책을 세우기. 술을 끊기. 웃음을 잃지 않기. 깨끗하게 떠나기. 깨끗하게 떠나기."

(156p.) 개인도 사회도 이 문제에서 구경꾼으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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