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MBTI가 같네요! MBTI 테마소설집 3
김홍 외 지음 / 읻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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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초 MBTI 소설집이라는 화끈한(?) 책 소개로 포문을 연다. 한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MBTI를 맡아, 해당 유형의 인물을 중심으로 한 단편을 수록한 MBTI 테마소설집이다. 총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인 사랑의 순간들이 담긴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단호하고 뾰족한 마음을 가지 T유형 특집 《우리 MBTI가 같네요!》, 예측할 수 없는 마음으로 도약하는 F유형 특집인 《우리 MBTI가 같네요!》까지. 16가지의 MBTI 유형 하나하나가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되어 찾아왔다. 저 사람은 왜 저래? MBTI가 0000이래. 아~ 그래서 그랬구나. 했던 순간, 그런 순간들이 소설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관심이 생길까? 정말 흥미로운 기획이 담긴 테마집이라 생각했다.

나는 3권, 《우리 MBTI가 같네요!》(ESFP, ENFJ, ISFP, ESFJ, ISFJ)를 선택했다. 공감을 기본 장착한 F유형 특집으로 구성된 만큼 나 역시 깊은 공감으로 읽어 내려갔다. 특히 ISFJ 유형의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단편 <수호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절대 제가 ISFJ라 편애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 이보다 더한 사랑고백이 있을까? 타인의 행복과 안전이 나의 책임이길 바라는 마음이라니. 같은 유형임에도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무조’의 사랑이 숨 막히게 따뜻했다. 동시에 나와 완전히 다른 유형의 사람에겐 그의 고백이 이 정도의 온도로는 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새삼 신기했다. 이토록 다른 우리들 안에서도 서로 사랑을 나누고, 같은 온도의 마음을 나누는 이들이 괜히 더 특별히 느껴지게 되었달까?


"내 행복과 안전이 자신의 책임인 듯 느껴진다고,
아니, 그보다는 자신의 책임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이 나를 살필 수 있길,
또 보호하길 바란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했다.
그러니까 네가 원할 때면 내가 갈게. 무조가 말했다.
내가 있는 데로 오겠다고, 언제 어디서든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 방법만은 엄마에게서 확실히 배웠다고." (188쪽)
- 『우리 MBTI가 같네요!』 中 <수호자, 함윤이>

결국 MBTI의 유행은 타인을 향한 관심과 사랑에 기반한다고 믿는다.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당신을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 혹은 나와 다른 이에 대해 그저 '다르기 때문'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수단 더불어 나만 이런 것이 아니었구나(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안도까지. 전부 MBTI에 포함이다. 나에 대해 설명할 단어들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타인을 조금이나마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어쨌든 우리가 같은 것을 공유하고 이해를 남기기 위해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이니까.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뭐 어떤가. 때로는 조금 우습고 유치한 수단으로나마 우리가 이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언제나 한 개인이 자신만의 행성을 벗어나 타인이라는 우주로 향하겠다고 결심하는 용기를 사랑해왔다. 어쩌면 앞으로 MBTI가 그러한 용기를 뒷받침하는 발판으로 자리할 수 있지 않을까? 남몰래 품고 있는 기대를 남긴다.





#책속의한줄🔖

(92p.) 눈이 올 때마다 늘 이렇게 해?
이거보다 더 많이 올 땐 못 해.
이거보다 더 많이 오기도 한다고?
물론.
그럴 때 오히려 그냥 두는 게 나았다.

(154p.) 슬프다고 눈을 감아버리지 않고, 슬픔에 짓눌리지 않고 충분히 슬퍼해야 해. (...) 그러니까 슬퍼하고, 그 슬픔이 왜 발생했는지 보아야 합니다. 다음에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히 슬퍼해야 합니다.

(165p.) MBTI가 유행한다는 건 우리가 얼마나 나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즉 '사람'에 관심을 가지고 사는지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어쩜 이렇게 사사롭고 다정한지. 그래서 당신 MBTI는 무엇인가요?

(188p.) 내 행복과 안전이 자신의 책임인 듯 느껴진다고, 아니, 그보다는 자신의 책임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이 나를 살필 수 있길, 또 보호하길 바란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했다. 그러니까 네가 원할 때면 내가 갈게. 무조가 말했다. 내가 있는 데로 오겠다고, 언제 어디서든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 방법만은 엄마에게서 확실히 배웠다고.

(199p.) 이름을 까먹어도 좋을 만큼 무럭무럭 자랐더랬다.

(201p.) 샘이 대단한 호빗인 것은 그가 타고난 수호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는 선택을 거듭하여 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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