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지만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친다.
나, 여자, 엄마, 아내, 딸, 며느리....
남편이 출근한 후 어수선한 집안을 보며 거의 습관적으로 잠자리를 정리하고 집 안 청소를 한다.
그러다 문득 '나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직장일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고 한다. 나도 해 본일이라 충분히 이해하지만 또 한편 그렇게 일해서 남편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력도 쌓이지만 난....
아기를 돌보고, 집안을 아무리 쓸고 닦아도 이건 나의 경력도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일인건 알지만 인정받고자 하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은 없다.
잉여인력같은 자괴감마저 든다.
어쩜 이건 남편의 음모일지도 모른다.
매일 매일 바깥일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집안에서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집안에서 너무 안일하고 편안하게 생활한다고 거의 쇄뇌당하고 있으니까....
맞다. 이건 남편의 음모였다.
당장 내가 아파 눕기라도 하면 남편의 생활은 곧 엉망이 될 터인데...
아주 작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부속처럼 난 그런 존재인데....
이제는 남편의 음모에 맞서 나도 당당하고 재미있게 살아야지.
얌실이 남편이 아무리 아줌마라고 구박해도 아줌마의 굳센 의지와 심지로 버텨나갈거다.
우리 예쁜 찡이도 잘 키워줘야지.
찡아, 널 보면서 사회적인 인정을 받거나 경력을 쌓고 싶은게 아니니까 그런 심난스런 표정 짓지마라.
오늘 아침 나의 굳은 결의가 너무 지나쳤는지 우리 찡이 표정이 심난해 보인다.
바람이 좀 거친데 부드러워지면 함께 나가보자. 꽃이 곱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