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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3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씨 소설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것들이 어떤 변화나 발전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모두 같은 내용이죠. 그런데도 왜 김진명씨 소설은 신간마다 인기가 있는 걸까요? 전 그 이유를 김진명씨 소설의 계속해서 다뤄지고 있는 줄거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김진명씨 소설이요? 재미있습니다. 왜 재미있을까요? 작가 나름의 '시원' 하다고 평가받는 문체 때문일까요?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무의식속에 깔려있는, 식민통치에 의한 열등감을 자극하는 내용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무려 60여년이 지난 일에 대해 연연하며 그 상처를 씻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이 핵폭탄을 개발한다? 물론 가능한 이야깁니다. 중수로 원자력발전소도 없는 우리가 정말 어렵겠지만 개발했다고 합시다. 그럼 한국 국군 통수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원폭 건조를 모를까요? 말이 안되죠. 장군 임명때도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현실인걸요. 미국이 알면 바로 국제사회로 퍼져나갈테고, 원폭 건조를 하지 않고 있을 뿐인,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일본은 바로 제조에 들어갈 것입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않죠. 그럼 동아시아의 평화는 그 날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폭을 갖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힘이 없고 과학자가 없기 때문만이 아닌 것입니다. 국제관계는 우리 힘만으로 되지 않고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협상하면서 이루어집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손해를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보지만, 그것을 무력적인 것으로 회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평화적이고 생산적인 일에서 그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데 왜 우리들은 그것은 깨닫지 못하고 이런 것에 열광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무력적 힘이 강했더라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식민 지배를 받은 것은 무력적 측면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 조선 말기의 사회가 무능력한 정부가 사회의 변화욕구를 수용하지 못해 혼란스러웠던 탓에 백성이 살기 힘들었고, 이 때, 메이지 유신으로 부강해진 일본은 세계정복에 나서려 식민지배를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문제점은 우리나라 전체에 걸쳐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사실 요즘은, 원폭 몇 개로 (혹 열몇개라도) 그것으로 전쟁을 이길 수 없습니다. 원폭이 무서운 것은, 한번 제조되면 그 이후도 제조시설이 있어 계속 제조가 가능하고 (비용은 천문학적 이지만) 그것으로 전쟁을 시작하면 모두가 원폭을 쏘아대니까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우리가 말도 안 되지만 일본을 원폭으로 공격해 폐허로 만들면, 아마 그 전에 우리나라도 폐허가 되어 있을 겁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우리가 무슨 엄청난 사람인 양 일본의 외딴 섬에 원폭을 던졌다는 겁니다. 우스운 이야기죠. 그럼 원폭은 사용되면 안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원폭의 피해를 보지 않아서 와닿지 않는다면, 한번 방사선 치료 피해자들의 사례를 읽어보세요. 그것은 정말 일부입니다! 원폭이 얼마나 인간에게 해로운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몸서리가 쳐질 것입니다. 그런 무기를 쓰면서, '착하고 인심 좋고 인자한' 우리 국민들이, 외딴섬에 '일본인들이 전에 못살게 굴었지만 우리는 용서해 준다는' 식으로 원폭을 떨어뜨린다니요. 그럼 처음부터 아예 '악용 소지(일본 겁주는 것 이외의 용도)'가 있을 원폭을 만들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다른 문화적이나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서 일본을 앞지를 생각은 않고, 이런 허구한 상상따위나 하다니..
아직도 식민사관과 그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감정적인 면을 자극해 가면서 까지, 이렇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애국심을 유도해 가면서 극복하려 한다면, 잘못된 것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