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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 아웃 - 300 Q&A About Gay and Lesbian People
에릭 마커스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동성애자들이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음지에서 드러나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에 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연예인으로서 처음 커밍아웃을 한 홍석천씨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들 눈에는 한 때의 유행처럼 보일만큼 지나치게 많은 수가 갑자기 동성애자라며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정말 그 동안 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으며 살아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이라도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있는 그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들을 우선 이해하고 오해와 편견들을 없애야 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딱 눈에 들어왔던 말은 '그 누가 (중략) 애인과 팔짱을 끼고 편하게 길을 걸을 수 없는 상황을 선택하겠어요?' 였다. 그 전까지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향을 '선택'한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말을 보는 순간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성향을 선택해서 이성애자가 된 것이 아니듯, 그들도 우리와 같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애인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아낀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예들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는지를 일깨웠고, 수많은 편견속에서 그들을 죽여온 것을 반성하게했다.
혹자들은 동성애자들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고 비판한다. 그들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그렇게 떠받드는 예수도 동성애에 대해선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이 책에 쓰여 있다.) 루소는 우리들이 자연계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들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들도 그저 사람일 뿐이고 그들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평등하다. 그 사람이 키가 작거나 크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당하지 않고, 목소리가 괴상하다고 해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백인과 흑인이 결혼을 하고 성관계를 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었다고 한다. 지금 동성애자들의 결혼이 허용되는 나라는 몇 되지 않지만 앞으로 그들도 이제는 양지로 떳떳하게 나와서 백인과 흑인들이 서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 처럼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