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우고 있는 국사는 말 그대로 국사일 뿐이라서 우리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다르게 가르치는 것이 많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모르고 (혹은 모르는 척) 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이 그냥 지나칠 뿐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고 설마 천문학사에도 일본의 역사왜곡 같은 게 있으랴,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멀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나라가 중국와 일본이라는 열강에 끼여 있기 때문일까? 중국에서는 장영실이 만든 측우기를 자기들의 나라에서 조선의 왕에게 하사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심증대로 그냥 밀어 부쳐 삼국사기는 거짓 투성이의 역사서라고 정의내려 버렸다. 중국의 천문기록을 우리나라가 모두 베꼈다고 말하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책의 저자인 박창범 교수는 그것을 스스로 검증한다. 가장 객관적 방법인 과학을 통해서 말이다. 고대에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천문현상이 하늘의 뜻과 부합되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천문현상을 기록한 것이 매우 많다. 저자는 이것을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와 계산을 통해 검증해 낸다. 그리고 위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들을 반론해 낸다. 처음 부분에서 우리가 전세계적으로 역사를 왜곡당하고 있음에 분노하다가도, 이렇게 모두 사실임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엔 과학사 연구자가 없어서 더 증명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 같이 쌓여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저자가 말한 것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꿈이 천문학자인 나로써는 후에 연구하고 싶은, 또 연구해야 하는 분야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역사를 천문학적으로 검증하는 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는 비단 그것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조상들의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며 그것을 온전히 보존해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책 곳곳에 배여 있다. 아마도 그 마음이 이 책을 더 재미있으면서 가치있게 만들어 준 것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