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의 모든 사람은 어머니가 있다. 깜짝 놀랐을 때나 무언가 무서운 것을 보았을 땐 저절로 '엄마'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런 것들 속에서도 보이듯이, 늘 어머니 곁에 있으셨던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게 요즘 사람들의 삶이다.

이 소설은 최루성 소설이다. 책을 다 읽고나면 엉엉 울게 된다. 하지만 여느 최루성 소설과는 달리, 읽고나서, 울고나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그것이 조금이나마 가슴으로 느끼게 된 부정일 터다. 나의 아버지는 늘 딱딱하고 굳은 모습이셨다. 권위주의적이었고,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으로 초원에 풀어놓은 망아지 같던 나의 어린 시절을 답답하게 만든-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하지만 그런 것까지도 아버지의 특징이니까 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버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람의 존재가치는 그 자리가 비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비워진 자리는 대개 다시 채워지지 않고 그 허무감과 아쉬움은 극도에 달한다. 아버지에게는 언제나 불효녀로 남아있던 내가 이 소설을 읽고 아버지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건 정말 내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중에 후회할 만큼 지금 못되게 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어머니의 따스함은 늘 이야기 한다. 모성애에 관한 연구도 많고, 또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도 있다. 우리를 보살피는 사람의 이미지는 어머니가 지배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옆에는 조용히 듬직한 나무처럼 버티고 계시는, 우리들의 아버지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정말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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