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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평점 :
상실의 시대. 라는 제목을 제가 처음 접한 건 어떤 CF 에서 였죠. 그만큼 이 책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접근했었습니다. 무언가 이 책에는 이 심오한 제목만큼이나 대단한 내용이 들어있을 거라고 믿었죠. 이게 소설인지도 모른채 무턱대고 책을 샀으니까요.
무라카미 하루키라- 처음 듣는 작가 이름이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일본인이었으니까요. 일본인이 쓴 소설은 어떨까?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또, 80년대 대학생들의 베스트셀러였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욱더 궁금해졌죠.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길래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아마 이 점에서는, 저와 비슷한 고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에서 책에 대해 큰 관심이 없고 그냥 유명한 책들을 몇권 뒤적인 정도라면 이렇게 생각했을 거라 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위에서 제가 말한것 과는 다른 종류의 책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주인공은 젊은이지만- 그와 엮인 다른 나이 많은 사람들까지도 포괄해, 상실에 관해 다루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표현은 솔직히 나어린 이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게 단점입니다. 물론 소설이 어떤 형식을 취하든지 그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자유고, 이렇게 껍데기가 어떤 가에 대해 논하는 것은 굉장히 수준이 낮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어쨌든 처음 아무 생각없이 이 책을 펼친 제게는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_-;; 그런 껍데기에 주목하지 않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과연 무엇인지, 이 주인공들의 삼각관계(연애에서 생각하는 그런것과는 조금 다릅니다.)속에서 보통의 인간들은 과연 어떤 식의 대인관계가 형성되는가 등등을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나름대로 성공한 독서일 것입니다.
앞서 80년대의 대학생들이 왜 이 책을 그렇게도 좋아했는가에 대해서도 짧게 생각해 보았는데요. 아마도 이 책에서 느껴지는 조금은 신비스러운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나오코에게 느낄 수 있는 내면 속의 깊은 검은빛 우울감은 그 시대의 지식층이라 할수 있는 대학생들에게 크게 공감대를 형성시킨 것 같다고 말이죠. (그 시대는 암울했으니까요.) 지금도 읽어보면 재미있고, 또 많이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지만 그 때 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책은 괜찮은 편인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소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고, 그것들과 동떨어져 생각해 볼때도 말이죠. 하지만 어느정도는 책을 읽기전에 저 처럼 나이가 좀 어리다면, 약간의 생각은 해 두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책을 두고 이렇게 말하는 게 구시대적 사고방식일꺼라 생각은 들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