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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업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8
강화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8월
평점 :
보통 제목과 표지를 보고선 책의 내용이나 장르를 대충 짐작하기 마련인데, 강화길 작가님의 소설들을 조금 읽어본 나로써는 이 책에 대해 어떠한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지난 번, 책 표지를 보고서 떠올랐던 생각을 내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인 ‘벼랑위의 포뇨’에 등장하는 사람 닮은 물고기들처럼 보였다.
그런데 제목은 왜 또 ‘풀업’인지?!
책을 다 읽고나서야 이 모든 의문이 자연스레 풀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세 여성.
주연인 ‘지수’(큰 딸)와 ‘엄마’의 관계,
그리고 ‘지수’(언니)와 ‘미수’(동생)의 관계를 잔잔하게 풀어나간다.
어려서부터 ‘엄마’와 여동생 ‘미수’ 사이에서 은근한 무시를 당하며 자라온 ‘지수’.
꿈, 열정, 결과 모두 엄마의 기대를 채워본 적이 없는 큰 딸 지수는 급기야 사기를 당하며 동생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빚을 갚고, 엄마 집에 얹혀살게 된다.
더욱 초라해져버린 지수는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가짜 감정으로 하루를 살아내는데…. 꿈 속에서만큼은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시원한 복수를 해본다. 그 사람들 중에는 엄마와 미수가 있다.
매우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미워할 수 있는 관계 - 가 족.
가장 가깝고 가장 편할 수 있는 존재지만, 서로를 위한다는 착각으로 자신의 마음을 감추다 끝끝내 좁혀지기 힘든 사이가 되기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진짜 나의 마음을 한 번쯤이라도 드러냈다면 거기까지 가진 않을 것 같은데 그게 또 그리 쉬운일이 아니기에..
그래도 이 소설속 주인공인 지수는 엄마에게 속마음을 확인해보려 시도한다.
“엄마는 내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어?” (p.97)
하지만 이번엔 엄마가 마음을 감춘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야지.” (p.99)
연인사이 혹은 친구나 가족간에도 이런 경우는 허다하다. 우리는 왜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아니 마음과 정 반대의 말을 자주 쏟아낼까!
자신을 늘 무시하고 책망하기 바쁜 동생 미수에게도 마지막 한 방을 날리는 지수.
“엄마가 너만 보고 있을 때…부담스럽지?“ (p.112)
이 물음 속에 지수의 눌렸던 마음들이 다 드러난다. 지수가 동생 미수를 향한 그 마음.
안스럽기도 하지만, 얄미운 그 존재.
사랑하지만 죽도록 미운 그런 사람.
그렇다면 ‘풀업’이란 제목은 왜?
삶의 의욕이 바닥을 보이는 그 시기에 지수의 눈에 띈 한 여자. 에너지가 넘치는 그 여자에게 홀리듯 따라간 곳은 다름아닌 헬스장이었다.
홀리듯 회원등록을 하고, 아무런 목적없이 집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힐링이 되는 헬스장 그곳으로 출근을 한다.
매번 ‘할 수 있다’라고 말해주는 P.T쌤 덕분에 도전의식이 생기고 운동에 열을 올리게 된다.그리고 드디어 P.T.쌤이 말했던 그 ’자극점‘을 느끼게 된다. 통증이 아닌 새로운 감각!
”지수는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 (중략) 아주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뿌듯함. 삶의 다른 것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는 확실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얼마전에 ’제대로 된 운동‘이라는 것을 해봤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 인생에 뚜렷한 ’운동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어디선가 읽은 문장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건 내 몸 뿐!’
‘운동(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등 등.
그렇다 이 책의 제목 ‘풀업’은 웨이트 트레이닝 중 하나로써 봉에 매달려 몸을 들어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운동을 뜻했다.
헬스장을 다니며 자신감을 얻고, 건강해진 지수는 마음의 성장도 했음을 보여준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와 여동생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재 독립을 선언하면서 가족내 혐오와 소외를 극복한다.
너무 익숙해져버린 불편과 불행은 한 사람의 의지를 꺾어버리고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답답한 상황이나 환경, 관계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수’의 스토리를 읽고 자신만의 ‘자극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게 뭔지 도저히 생각이 안난다면 ’운동‘이라도 시작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