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을 수 있는 괜찮은 철학서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ㅣ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무겁게만 생각하는 영역이 ‘철학’인 것 같다. 아니 실제로 이 영역은 가벼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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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어려운 어휘가 난무하는 머리아픈 책은 아니지만, 슥슥 읽어내려갈 수 있는 쉬운 책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깊고도 긴 독서의 시간이 내게는 의미있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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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가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결국 인생과 우주 전체를 논하는 ‘철학’분야가 아닐지 짐작해본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더욱 그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 약간의 스킬도 생긴 거 같아서 이 책의 저자이신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님께 깊은 감사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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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문장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쫘악 그어가며 그 문장의 의미를 되짚어 보기를 여러번..
내가 살아 오면서 다져온 나의 인생관에 대한 점검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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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 서두의 쇼펜하우어에 대한 소개에서 그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일거라는 생각뿐이었다.
낙관론을 믿는 나에게 세상을 고통의 연속이라고 설명하는 염세주의는 거부감부터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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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주장을 계속 듣게 된다면 그 누구도 그의 의견을 반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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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생을 ‘고통’과 ‘권태’를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에 비유했다.
이 세상은 욕망이 들끊고,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개체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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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그 욕망이 신속하게 충족될 때 행복이라 느끼고, 늦게 충족되거나 충족되지 않을 때 고통으로 느낀다. 하지만 그 행복도 욕망이 충족되자마자 사라지는 찰라의 순간에 그친다. 그 찰라의 행복을 위해 인간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살아가고, 그러한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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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보다는 고통, 즉 누리고 있는 것보다 결여된 것을 더욱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늘 결핍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욕망이 순조롭게 충족되는 삶에서도 그 즐거움은 점차 감퇴되어 인간들은 결국 권태에 빠진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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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출신의 철학자인 에픽테토스의 말들이 여러번 응용되었는데 이 두 문장이 기억에 남아 적어본다.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어떤 사건이 아니고 그 사건에 관한 생각이다”
??“고통은 빈곤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욕망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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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축복이라 교육받았고, 그렇게 믿고 살아왔는데 쇼펜하우어는 정반대로 주장했다.
권태를 느낄 수 있고, 시간적 개념을 지닌 인간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가 아닌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더욱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가. 그 말에는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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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행복을 영위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생각하며 사는지 현인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깨달음의 시간을 꼭 가져봐야 한다고 느꼈다.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들..’우울증’의 원인과 해답은 의외로 쉬웠다. 내 주변과 환경을 바꾸려고 애쓰지말고, 내 생각을 살짝 달리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모두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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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머릿속은 복잡해져 갔지만 다 읽고 난 후에는 내 가슴이 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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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인 게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