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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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끔씩 현실에서 종교에 대해 핏대를 올리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 대해 우리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명동 한복판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혀를 차기도하고, 중2병스러운 생각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생경한 느낌이에요. 그런 '형이상학적' 이야기는 일상에서는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에 대해서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새 굉장히 어색해졌습니다. 물론 사회가 성숙해져서 사람들이 다른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 결론은 그냥 점점 종교에 대해 관심 자체가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삶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부분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2. 종교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종교인'인 제 머리에서 떠오르는 장면은... 종교인의 TV 사회면에서 보았던 불미스러운 일과 연루된 목사들이나 승려들을 보면서 '저런 XX들이 목사/중이라니!' 하면서 욕한번하는 대상일 뿐이죠. 으리으리한 교회 건물 안에서 핏대높여 큰 소리로 외치는 목사님들의 모습과 그 앞에서 연신 아멘과 할렐루야를 따라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고요. (조금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저는 그분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그 모습자체도 인간적인 모습이니까요.) 


3.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종교에 대해 제가 굉장히 민감하게 굴었던 때에 비하면... 저라는 사람 자체는 교회나 종교인이나 종교 자체에 대해서 굉장히 유연하고 불편하지 않게 느끼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저 자신부터 종교가 현실세계에서 보여주는 부조리나 불합리에 대해서 굉장히 유연하게 대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종교의 세계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부조리에 대해 그들 앞에서 소리지르고 싶었던 때가 분명히 있었어요. 신이 만들었건, 인간이 만들었건 간에 현실세계 속의 종교는 분명히 문제가 있고, 그것에 대해 소리치고 싶던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제가 경험해본,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과 바로 이 작품 [사람의 아들]입니다. 


4. [사람의 아들]은 민요섭이라는 남자의 죽음과 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가 남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민요섭의 정신세계와 살인사건이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고, 그 심연을 파고드는 형식의 소설입니다. 민요섭이 창작한 작품 속의 아하스 페르쯔는 '사람의 아들'인 예수와 정면대결을 합니다. 예수 앞에서 바락바락 외치는 모습과 그 에너지가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아하스 페르쯔는 삶과 현실과 종교 앞에 진리와 교리와 철학에 대한 질문을 숨쉴틈 없이 퍼부어댑니다. 물론 '사람의 아들'은 거기에 대한 답을 내놓긴 하지만 외려 그 대답이 부실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5. 자칫 잘못하면 3류 종말론에 전도된 중2병 친구들 수준에서 멈출만한 선정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 끝까지 달려보고자 하는 야망이 있습니다. 350페이지 가량의 분량을 가득 채운 종교에 대한 조사와 종교와 신화를 넘나드는 지적 모험까지... 영민한 30대 청년이 한 평생을 품고 살아왔던 이야기를 터트리는 느낌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문열이라는 작가가 터트린 첫번째 사자후같은 느낌입니다.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해 정면대결해보고 싶어했던, 어찌보면 치기어린 젊은 작가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6. 가끔씩, 우리가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보이지 않은 허공에라도 사자후를 터트리듯,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무언가 세상을 향해 외침을 뿜어내는 에너지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만큼 부드러워지고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삶과 종교에 대해 집요하게 '나' 자신에게 묻고, 그 답에 대해 끝까지 찾아보려는 열정과 의지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그 열정이 고스란히 이 작품 [사람의 아들]에 들어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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