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친구가, 진정한 친구, 소꿉친구, 여자 친구들, 학교 친구들이 있었다.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정을 붙일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거리감, 거짓말로 인한 상처, 성인이라 착각하며 갖게 되는 서로 다른 성향, 이기주의적인 태도, 비열하고 무기력한 생활, 자존심 세우기, 매사에 심각하게 대하는 태도, 소리 없이 주고 받는 상처, 미소와 무관심으로 치장한 채 행하는 공격 등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온갖 종류의 벌레들 때문에 이제 내 주변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단 한명도 없다.
하지만 슬픈 일은 아니다.
슬프지 않다는 그 사실이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 자체로는 그다지 슬프지 않다. 나는 시간과 삶의 무게에 견디지 못하는 그런 우정은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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